우선 놀이의 어떤 상태는 언어의 어떤 상태에 잘 부합된다. 말[馬]들이 지니는 각각의 가치는 체스판 위에서 이들이 갖는 위치에 의존하며, 마찬가지로 언어에 있어서 각 사항은 다른 모든 사항들과의 대립에 의해 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두 번째로, 체계는 언제나 순간적일 뿐이다. 즉, 체계는 말의 위치가 바뀜에 따라 변화한다. 가치들이 또한 그리고 특히, 불변의 규약에 의존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불변의 규약은 놀이의 규칙으로, 놀이가 시작되기 전에도 존재했으며 매 수를 놓은 다음에도 역시 존속한다. 일단 완전히 안정된 이 규칙은 언어에서도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기호학의 항구적인 원칙들이다.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소쉬르에 따르면, 기호는 기표와 기의 그리고 기호 자체로 구성된다. 이것을 연구하는 학문이 기호학이다. 통틀어 몸짓, 문자, 소리 등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의 학문이다. 즉 서로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에 대한 소통의 방법론이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니라 상대방의 생각을 읽어내고 거기에 적절히 나의 반응을 던져 함께 의미를 확대시키는 과정이다. 편집자 시절 어떤 저자들은 왜 자신의 문장이 문제가 있냐고 조리 있게 말하며 고친 부분을 원상태로 복귀시킨다. 위의 글처럼 낱말의 위치가 바뀌면 관계 대립이 변화되고 그렇게 되면 의미 전달이 달라진다. 비문(非文)을 올바른 문장으로 고쳐도 서로의 주장은 팽팽하다. 최근에 알았지만, 그것은 서로 다른 몸에서 빚어진 언어에 대한 감정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의 글처럼 전체 틀에서의 문법 규칙은 지키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의사소통에서 혼란을 막을 수 있는 평화의 규칙이니까! 그렇지 않으면 체스 판은 바로 엎어져 아수라장이 될 수 있으니까!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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