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하여 덕에는 두 종류가 있다. 즉 지적인 덕과 도덕적인 덕이다. 지적인 덕은 대체로 교육에 의하여 생기기도 하고 성장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경험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편 도덕적인 덕은 습관의 결과로 생긴다. 이런 까닭에 <에티케>(도덕적, 윤리적)라는 말은 <에토스>(습관)라는 말을 조금 고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더라도, 도덕적인 덕은 그 어느 것이나 본성적으로 우리에게 생기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본성적으로 존재하는 것치고 그 본성에 반대되는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이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책을 읽은 이유는 질투이자 수치였다. 내 연고팀(삼미 슈퍼스타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만수라는 프로야구 선수를 나는 좋아했다. 고3 시절 자율학습을 빼먹고 인천구장에서 본 그의 모습은 당당했다.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내 속이 다 시원했다. 책과는 담을 쌓고 지낼 것 같은 그가 경향신문 1면에 나타나 젊은 시절 힘들 때마다 위의 책을 읽었다고 고백했다.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작가가 되겠다며 사방팔방 애쓰던 내게 위의 책은 없었다. 윤리학? 그것은 폭력적인 지배자들의 강요된 억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폄하했다. 그런데 이만수의 글은 그게 아니었다. 좌절이 올 때마다 힘이 되었단다. 질투가 내면에서 불쑥 치밀었고, 순간 수치심이 머리에서 발끝을 훑고 지나갔다. 아, 나는 내 삶속에서 우러나는 독서를 하지 않았구나! 독서로, 글로, 소유를 확장하려는 비도덕적인 사고만 했구나! 그렇게 나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읽게 되었다. 그러고는 사고의 지평을 확대했다. 윤리? 이 영역이 너무 왜곡되고 무시되었다고.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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