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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성애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네(성)소수자와 그리스도교 5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 승인 2022.05.13 01:51
▲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이미 청소년 시기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청소년 시기에 동성애나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은 이른 것이 아니다. ⓒGetty Image

1.

새 대통령의 ‘종교다문화 비서관’으로 임명되었다는 분이 동성애는 금연치료처럼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가 사과를 했다고 하더군요. 사과 내용이라는 게 여전히 자기 생각은 똑같지만 어쨌든 누군가를 비하한 것이라면 사과하겠다 뭐 이런 거라서 ‘이걸 사과라고 했니’란 생각이 들었지만. 하긴 고치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하는 사람이 저 사람만은 아니겠죠.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한 가지 안내를 드리자면, 다음 주 화요일 5월 17일이 ‘아이다호 데이’라는 날입니다. 1990년 5월 1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날입니다. 그래서 이 날을 기념하여 성소수자 차별 철폐 행사들이 많이 열리구요. 서울에서도 그 날 오후 7시 30분에 종로구 청어람홀에서 기념예배가 있습니다.

고치면 되는 거 아니냐 운운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함께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제목과 같은 이야기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성애 이야기를 해야겠느냐고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학교에서 동성애 교육을 하게 만드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한다는 이야기지요. 학교에서 동성애 방법을 가르쳐 준다느니 실습을 시킨다느니 이런 과장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런 과장이 없더라도 동성애라는 이슈 자체가 학생들에게는 ‘너무 음란한’ 이슈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일 겁니다.

물론 제목이 보여 주듯이 이 글은 ‘해야 한다’는 글이 될 겁니다.

2.

두 달 전 연재칼럼에서 성소수자, 나아가서는 우리 모두의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관련된 용어 정리와 설명을 드린 바 있습니다. 그때 드린 말씀을 다시 정리하면, 성적 정체성은 자기 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혹은 느끼는가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남성으로 느끼느냐 여성으로 느끼느냐 혹은 아예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느끼느냐 등등.

반면 성적 지향은 성적 혹은 정서적으로 어떠한 상대방에 끌리는지를 지칭하는 말이어서, 다른 성별에게 끌리는 이성애, 같은 성별에게 끌리면 동성애, 양쪽성별에게 모두 다 끌릴 수 있으면 양성애, 성별에 상관없이 끌린다면 범성애, 아예 어느 성별이든 끌리지 않는다면 무성애 등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소수자들의 라이프스토리를 듣다 보면, 자신들의 삶 속에서 성적 정체성에 관한 이슈가 생기는 것이 상당히 일찍인 경우들이 많습니다. 대체로 초등학교 입학 시기를 전후로 해서 자신들이 태어날 때 지정받은 지정 성별과 자신의 성적 정체성이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기 시작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를 들어 자신의 지정 성별은 여성인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은 남성인 것처럼 느낀다고 하더라도 남성이라고 간주되는 전형적인 언행을 꼭 다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고, 예를 들어 자신의 지정 성별은 남성인데 남성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여성으로 확정한다 이런 의미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면 성적 지향의 경우는 중학교 입학 시기까지 가서 느끼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성적으로 어떤 상대방에 끌리는지는 대체로 그 시기까지 가야 아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3.

자, 상황이 저런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성애 이야기’를 안 한다는 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그건 한 가지 의미밖에 될 수 없죠. 자신의 성적 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대해 고민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엄연히 있는데도 없는 셈 치겠다.

자신의 존재와 경험을 없는 것 취급당하는 것이야말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짓 아닐까요. 지금의 경험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져야 하고 지금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할 사람들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라서, 성소수자로 자신을 생각하는/느끼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바로 그 때부터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이야기해야 할지를 고민하지요. 혹시나 어떤 계기로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것이 밝혀지면 ‘왕따’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생기고 말입니다.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 혹시 이런 생각 하시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 시절엔 원래 동성 친구들과 ‘찐한’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 그걸 동성애로 착각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일단 이 말이 동성애를 제외한 다른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라는 점은 제쳐 두고요. 그것이 ‘찐한’ 우정일 뿐인지 아닌지를 알기 위해서라도 동성애를 비롯한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서 알 건 알아야 식별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4.

다시 제목으로 돌아가 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동성애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대답이 당연히 네여야 한다는 점은 지금까지 이 글을 긍정하며 읽어 오신 분들이라면 동의하실 겁니다.

이 글의 어떤 독자들은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당신은 명색이 목사라면서 저런 질문에 네라고 답하냐구요.

저는 이렇게 답해야겠네요. 명색이 목사이기 때문에 저 질문에 네라고 답해야겠다구요.

황용연(사회적 소수자 선교센터 무지개센터 대표)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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