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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를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님을 만나다 (5)
정리연 | 승인 2023.06.19 02:47
▲ 장애와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체계는 많이 변해왔지만, 여전히 의료적 모델에 머물러 있다. 사회가 그들을 장애인으로 만든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차별이다. ⓒ정리연

전국에서 외치는 부모들의 간절한 호소

▲ 지난주 일주일 동안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 부모연대 전국순회 투쟁이 있었지요. 어떠셨어요?

네, 4월 10일 경남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전남, 경북 등 6지역을 순회했고, 울산, 충북, 수도권 등 몇 차례가 남아 있습니다. 지역마다 부모님들의 욕구가 굉장히 많았어요. 저희가 핵심적으로 장애아동의 문제 그다음에 성인의 문제, 두 가지의 큰 틀로 나눠서 이야기를 했는데요.

특히 아동 부모님들의 욕구가 많았어요. 지금은 자녀들이 성인이 된 저희가 보면 예전에 비해서 지금은 좋아졌다고,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때는 갈 학교도 없었는데 지금은 학교 문도 많이 열려 있지 않냐, 보조 인력도 아예 없었는데, 지금은 한 반에 한 명 있지 않냐고요.

하지만 지금 장애아동의 부모님들은 너무 힘든 거죠. 그분들은 학교 문만 열어주면 뭐 하냐, 과정이 안 좋은데, 교육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졸업 이후의 결과가 좋겠냐는 얘기를 해요. 학교에서 질 좋은 교육, 고등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게 그분들의 주장인데 저희 때랑 주장이 다르죠. 옛날에 저희는 제발 학교 좀 열어달라, 지어달라 무릎 꿇으면서까지 애원했잖아요. 암튼 현재 영남권, 전라권만 돌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서 아무래도, 일자리나 서비스가 더 많이 부족하죠?

그렇죠. 그런데 말씀드린 인턴 일자리 아이디어는 저도 아들이 성인이 되면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만들게 됐어요. 제가 경남지구 일자리 회의는 일주일에 한 번씩 꼭 참석해요. 사실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공무원들은 발달장애인 특성을 잘 모르니 일자리 아이디어를 만들어내지 못해요. 답답한 저희가 일자리를 한 스무 개 정도 만들었어요.

▲ 우와, 경남지역 부모님들 대단하시네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몇 가지 소개해 주시겠어요?

예를 들면 병원에서 물리치료서 보조도 외에도 할만한 일이 많습니다. 병원에 요양보호사들 있잖아요. 그 요양보호사 지원해주는 인력도 할 수 있고, 또 수술실에서도 가능해요. 수술 마치고 나면 도구 세척하고 건조하고 포장하는 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같은 비장애인들이 해요. 그런데 그걸 우리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하는 거죠. 수술 도구는 위험하니까 혼자 하면 위험할 수 있으니 비장애인 근로지원인이 한 명 있습니다. 세척이랑 건조는 기계가 하니까 끝나고 나면 포장하는 거예요. 수술 후 정리도 하고요. 충분히 두 명의 일거리가 돼요.

또 예를 들면, 최근에 개발해내서 성공한 건데, 동네마다 노인정이 있잖아요. 어르신들이 노인정에서 점심을 공동으로 드시더라고요. 그럼 누가 밥을 하냐?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이 밥을 합니다. 그래도 80이 넘었어요. 요즘 70대는 노인정에 안 간대요. 일해야 해서. 80살이 가장 어린 거죠. 우리 어머님이 노인정 다녀오신 이야기 들으면서, “아, 저거다!” 하면서 떠올랐어요.

우리 발달장애 친구 두 명에 근로 지원 한 명, 세 명이 팀을 이뤄서 열시 반 정도에 출근해서 두 시 반까지 노인정에서 일하게 했어요. 발달장애인은 밥을 못 하니까 청소하고 근로 지원인 비장애인이 밥을 하는 거. 시장 봐서 점심 만들어주는데 반찬을 좀 더 많이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집에 가실 때 챙겨 드려요. 그날 저녁이랑 다음 날 아침 드시라고요. 엄청 좋아하시는 거예요. 노인정 일자리 굉장히 성공했어요. 노동의 대가는 시에서 줘요. 시에서도 좋아하는 거죠. ‘김해시’가 쓰인 옷 입고 일 잘하니까, “이야, 우리 시장 일 잘한다!” 하니까요.

또 개발한 거 하나가 시골에 가면 보통 오일장이 있잖아요. 장날에 어르신들이 물건 사 들고 버스 타기가 너무 힘들잖아요. 발달장애인 친구들이 그 물건을 끌어다가 버스에 실어주는 일을 해요. 편안하게 짐 실어주면 얼마나 좋습니까? 그래서 임산부 특히 어르신들한테 아주 인기가 좋습니다.

또 장애인 주차 단속 요원도 있어요.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하면 사진 찍어서 고발하고 그래요. 이렇게 일자리 정책을 개발한 게 한 20건 됩니다.

이걸로 경남 지역에서는 1년에 한 30,400명 취업시키는 거죠. 우리 사무실에서만. 서울에는 박원순 시장이 만들어서 지금도 잘 돌아가고 있어요. 점점 전국으로 넓혀지면 취업이 보편화되는 거죠.

왜냐하면 요새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잘 안 하려고 그러잖아요. 외국인도 들어오고. 그러다 보면 틈새가 생겨요. 특히 사람이 할 수밖에 없는 병원 구조, 사람이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직장이 있어요. 이런 데 가서 분석해보는 거죠. 아, 공원 관리도 합니다. 담배꽁초도 줍고요. 누군가는 공원 관리를 해야 하는데 어르신하고 우리 친구가 팀이 되어서 해요.

또 창원이 자전거 도시예요. 동네 곳곳에 자전거가 있잖아요. 이것도 누군가가 세척하고 닦고 정리해야 하잖아요. 그걸 우리 친구들이 다 하는 거죠.

▲ 아니, 그런 것들을 다 어떻게 생각해내신 거예요? 아이디어 뱅크가 따로 없네요!

다니면서 ‘저거 우리가 할 수 있겠네’ 이런 생각을 가져야 해요. 사람들이 장애인들 바리스타 교육받게 하자고 해요. 나쁜 생각은 아니에요. 그러면, 장애인 바리스타가 일할 수 있는 곳이 많나요? 지금 여기 장애인커뮤니센터 1층 거피숍에도 발달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한정적인 곳에서만 할 게 아니죠. 이런 데는 몇 개 안 되잖아요. 모든 커피점에 장애인 바리스타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되는 거예요. 몇 시간이라도 일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거죠. 처음에는 채용하려고 하지 않겠죠. 발달장애인이 검증이 안 됐으니까. 그러면 인턴 프로그램으로 여기서 훈련을 좀 하고 어떤 곳에서는 인턴 프로그램으로 파견하는 거죠.

월급은 시에서 지원해주는 거니까 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발달장애인을 받는 거죠. 인턴 기간을 지내보면서 일을 잘한다 싶으면 고용하면 돼요. 정부에서 한 60% 고용 장려금도 주니까 당연히 고용하게 되고, 그러면 취업의 문이 확장되지 않겠어요?

윤종술 회장님은 다음날 검진을 앞두고 있어서 물 한잔도 드시지 못한 채 열변을 토하셨다. 당일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라서 오후부터는 투쟁이 이어져 있었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부모연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두르셔야 했다. 하필, 다음날이 검진이라니.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못한 채, 쌀쌀한 바깥에서 일정을 소화하셔야 할 텐데 말이다. 하지만 부모연대의 요구가 그보다 더 간절하고 급박하기 때문에 전혀 개의치 않으신 듯했다. 아무리 내가 배부르고 따뜻한 곳에 있다고 한들, 내 자녀와 가족의 안위가 불안정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구원, 그들과 함께 걷는 것

▲ 단순히 장애아동을 가진 부모라는 시선이 아니라 교회가 함께 살아야 할 이웃으로 생각한다면 어떨까. ⓒ정리연

윤 회장님이 부모님들과 함께 가는 길은, 분명 힘들고 어려워 보인다. 걷다가 보면 원하는 길로 이어질지, 아니면 절벽이 나타날지,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안개 속 같을지도 모르지만, 들어보니 지금까지도 그래왔던 것 같다. 그러나 더디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하며 이만큼 걸어왔다. 아름다운 그들에게 박수와 사랑의 연대를 보낸다.

“발달장애아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나요?”라는 외침이 허공에서 흩뿌려지지 않고, “내가 없어지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하지?” 하는 부모의 걱정이 더는 가족 참사로 이어지지 않기를, “내가 없는 내일은 정부와 지역 사회가 우리 아이를 책임져 줄 거야”라는 안심으로, 그래서 행복한 삶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여름이다. 피어나는 속도도 향기도 다른 다양한 꽃이 어우러져 피듯이, 그렇게 함께 어울려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사회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다투기도 화해하기도 하고, 체육시간에 같이 운동하면서 소통할 수 있을까?

이 길에 한국교회가, 당신과 내가 발걸음 맞춰 걸어갔으면, 수많은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벽이 되어 준다면 좋겠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게 하고 계신 것처럼.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언제일지 모르지만, 같은 마음으로 길을 걸을 때, 구원은 희망이라는 빛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내년 4월에는, 진심으로, 전국의 장애인 부모와 가족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목소리 높인 투쟁이 아니라, 신나게 꽃구경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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