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여느 계절보다 이슬이 많은 계절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씨 덕분에 차가운 기운을 가진 풀잎들이 수증기를 끌어들이기 때문에 건조하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그늘진 곳에서는 오전 내내 이슬방울을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서서히 내년을 준비하느라 물을 몸에 축적하지 않으려고 제 몸속에 있는 물을 최소한만 남겨놓고 다 배출을 해서 일액 현상도 여느 계절보다 활발합니다. 

가을날 아침, 풀섶을 거닐다 이슬 속에 담긴 가을꽃들을 만났습니다.

이슬 속에 담긴 꽃들을 보며 ‘내 마음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가?’ 자문해 봅니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을 보는 이들이 추하다 하지 않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돌아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치중하는 사회에서는 속내를 가꾸는데 인색하기 마련입니다. 속내를 가꾸는 이들이 바보취급 당하고 웃음거리가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슬퍼할 일이 아닙니다.

예수도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당할 때 웃음거리가 되고 조롱거리가 되었으니까요.
선하지 않은 사회에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 삶이란, 그만큼 선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는 증거입니다.

웃음거리가 되어도 진실하게 살겠다는 것이 신앙인들의 삶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자기를 비우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자기를 비우는 만큼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다는 고백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사도 바울은 육체적인 질병으로 말미암아 ‘가시같이 찌르는 아픔’을 해결해 달라고 하나님께 세 번이나 기도합니다. 그러나 그때 하나님께서는 이미 “내가 준 은혜가 네게 넉넉하다!”라고 하십니다.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응답에 감사하며 “약할 때 강함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들의 약함을 채워주시며 온전하게 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자신 스스로 온전 하고자 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 같지만,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나님께 맡기는 삶, 그것이 비우는 삶입니다.

그렇게 자기를 비운 사람, 그 빈 곳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신 사람, 그런 사람을 성령의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전히 성령의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지 마십시오. 그 마음에 담긴 것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요, 그것이 이 세상의 희망의 촛불이니까요.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