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오이풀 이파리를 뜯어 손바닥에 서너번 탁탁 치면서 “오이 냄새 나라”하면 오이냄새가 나고, “참외 냄새 나라”하면 참외 냄새가 “수박 냄새 나라”하면 수박 냄새가 났던 기억이 납니다.

풀냄새니 거기서 거기였겠지만 어린 시절에는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참외나 수박 냄새는 긴가민가했지만, 오이풀에서 나는 오이냄새는 진짜 오이의 향보다 깊었던 것 같습니다. 허긴, 오이 냄새가 그윽하니 ‘오이풀’이라는 이름이 붙었겠지요.

멀리서 보면 아니 가까이서 봐도 그냥 꽃이 핀 것 같지도 않고 뭉둑뭉둑 생긴 것이 꽃처럼 생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꽃을 보는 눈이 생기면서 그 작은 오이풀에 순서대로 피어나는 작은 꽃들을 보면서 신기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오이풀에 대해서 알았을 때 오이풀이 가진 약효 때문에 놀랐습니다. 뿌리를 잘 말려서 달여 먹으면 그야말로 만병통치약이 따로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제주에 있을 때는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는 뿌리를 짓이겨 발라주면 좋다고 하여 아토피로 고생하는 집사님의 아이를 위해 오이풀을 캐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있을 때는 새벽이면 이슬 사진을 담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이슬 사진 중에는 일액현상으로 맺힌 이슬이 가장 좋은 소재가 됩니다.

‘일액현상’이란 식물들이 몸에 남는 물을 이파리를 통해 배출하는 것이니, 사람으로 치면 소변과 마찬가집니다. 동글동글 이파리에 일액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식물은 속새, 쇠뜨기, 찔레의 연한 이파리, 매발톱 이파리, 오이풀 이파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이풀이 으뜸입니다.

일액현상은 자연의 자기 비움입니다. 자기 안에 쌓아놓지 않음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비움으로 채워가는 것,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입니다. 그 자연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면 우리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것을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르고, 더 많이 가지려고만 합니다. 남과 비교해서 더 가지지 못해 상대적인 빈곤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현대사회는 남보다 더 많이 가진 것이야말로 능력이라고 합니다. 그런 것들만 추구하다 보니 사람 사는 맛이 없어졌습니다. 사람 사는 맛이 없어졌다는 것은 ‘사람의 향기’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비워야 합니다.

빈 잔이라야 차(茶)를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비우고 마음을 깨끗하게 해야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빈 마음에 향기가 가득, 텅 빈 충만입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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