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참으로 힘겨운 5월을 보내고 맞이한 6월입니다.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절망은 어디까지일까, 이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면 희망의 노래를 불러야 한다 생각했습니다. ‘견딜만한 아픔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는 것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계절은 여름의 길목인 6월에 나를 세워놓았고, 아직도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러 산책을 하는 길에 6월의 꽃들을 만났습니다.

토끼풀이 마지막 남은 한 송이 꽃을 활짝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 많은 꽃이 이미 수정을 마치고 열매를 맺었음에도 꼴찌를 마침내 꽃 피우는 마음을 보면서 손뼉을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망초

흔하디 흔한 개망초, 국화과의 꽃이 아니랄까 봐 노란 꽃술같이 생긴 부분마다 눈에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꽃을 피워냅니다. 생명의 신비입니다. 요즘은 아니지만 어릴 적 개망초는 보릿고개를 넘기는 유용한 봄나물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시를 하고도 여전히 꽃을 피워내는 개망초의 마음, 그 마음을 보니 숙연해 집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흔하다고 천대를 받아도 활짝 웃는 꽃의 마음을 보며 내 삶도 웃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괭이밥

괭이밥의 꽃잎을 보니 상처가 있습니다.

상처가 있어도 여전히 웃으며 피어 있는 꽃, 성형미인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들꽃은 상처를 받으면 상처받은 그대로 자기의 모습대로 피어나고 있습니다. 남과 비교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이 가진 모습대로 피어남으로 수천수만 년을 살아오면서도 그 모습 그대로 피어나는 것입니다.

만일 그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더 예쁘게 더 예쁘게 피는데만 집중했다면 전혀 다른 꽃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리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먼 옛날 우리의 선조가 보았던 그 모습을 그대로 우리도 봅니다. 쉽게 변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돌나물

돌나물, 그는 하늘의 마음을 담고 땅에 피어난 꽃인 듯합니다. 하늘의 별이 땅에 피어난 것 같습니다.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뤄지이다 외치며 피어나는 꽃 같습니다. 돌나물은 아무리 꺾여도 뿌리만 남아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퍼집니다. 꺾인 줄기에서도 뿌리가 나와 또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서 자랍니다.

6월의 꽃 면면을 보니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어난 꽃 하나도 없고, 상처를 입지 않은 꽃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항상 바보처럼 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웃을 수 있는 비결,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이 그들 안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 그러니 웃으면서 살아가야지요.

오늘 하루 산책을 하면서 하나님께서 들꽃을 통해 주시는 위로를 가득 받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활짝 웃으며 살아갈 수 있길 소망합니다.
 

김민수 위원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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