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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창피하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05.20 10:41

기만은 생명의 아주 심오한 특징이다. 기만은 유전자에서 세포, 개체, 집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어느 모로 보아도 반드시 필요한 것인 듯하다. 기만은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따라서 연구하기가 어렵다. 자기기만은 더욱 그렇다. 우리 자신의 무의식적 마음에 더 깊숙이 숨기 때문이다. 조사하기 위해서 우선 찾아내는 것 자체가 난제일 때도 있고, 속임수의 복잡성과 자기기만의 내부 생리학적 메커니즘에 우리가 무지하다는 점 때문에 때로 핵심 증거를 놓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연말에 가장 볼썽사나운 풍경은 단체복을 맞춰 입고 연탄을 나르거나 어두컴컴한 골목을 누비며 물건을 나누어주는 것이다. 특히 방문 지역을 배경 삼아 환한 미소를 짓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행위는 양극화가 심해지는 시대에 대단한 기만전술로 여겨진다. 한 번 입고 처박아두는 단체복 대신 지역 주민에게 옷 한 벌을 주는 게 합당한 것 같고, 가난한 자들의 아픔에 공감한다면 양극화 구조를 깨는 플래카드 한 번 펼쳐드는 게 올바른 것 같다.

그러한 몰염치한 행동을 어제 내가 했다. ‘나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주제로 해서 홈리스들의 자활을 돕는 빅이슈 잡지 판매자를 대상으로 1회 특강을 했다. 강의를 하러 가는 동안, 강의를 끝내고 난 뒤 나는 그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려 나를 홍보하려고 했다.(아마 어제 사진을 받았다면 분명 페이스북에 바로 올렸을 것이다.) ‘사진과 글쓰기’로 자기를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기억발전소”에서 지급하는 소액의 강의료를 기부하지는 못할망정 연말의 여느 인사들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파렴치하다 못해, 사는 게 정말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내 조건이 어려우니 나도 살겠다는 것으로 생각을 몰아갔지만, 평소 내뱉는 말과 달라 하루가 쉽지는 않았다. 이럴 때 “기만은 생명의 아주 심오한 특징이다”라는 말로 위안을 삼는다. 창피하다 못해 심히 얄팍하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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