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승천과 하늘을 잃어버린 세대

예수님이 승천했다고 하는 구절이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2008년부터 2년 동안 ‘마가복음’을 따라서 강남향린교회 교우들과 주일예배 하늘뜻펴기를 통해서 함께 묵상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향린교회에서 책거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본문은 마가복음 마지막 구절입니다. 보통 마가복음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16:8을 원(原)마가복음의 마지막이라고 해서 그 뒤에 나오는 구절을 무시하기도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원(原)마가복음이든 추가된 부분이든 복음서 자체는 처음 교회 공동체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하늘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즘 세월이 하 수상하여,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넓고 높은 하늘을 보면서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이 어디에 계실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더불어 예수님이 계시다는 하늘의 의미도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하늘은 신의 자리 혹은 신을 상징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성서에서도 하늘은 자연이면서도 하느님을 대신해서 하느님을 나타내는 말이었고, 그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사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고한 신의 이름을 하늘님, 하느님이라고 하는 것도 바로 그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절대자로부터 받은 일을 천명(天命)이라고 하고, 세상에서 명을 다한 것을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召天)’고 합니다.

하늘의 의미는 우리의 문화와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해마다 해넘이 순간에 보신각(普信閣)의 종을 33번 칩니다. 33의 의미에는 33천이라는 하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서남북 사방에 각 8계층의 하늘이 있고, 그 가운데 이 모두를 지휘하는 하늘을 선견성(善見城)이라 합니다. 선견성의 성주(城主)는 단군의 아버지 환인천제이므로 단군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 광명이세(光明以世), 제세이화(濟世理化)의 이념이 종소리가 퍼지는 것처럼 널리 선양되기를 바라는 염원에서 33번을 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삶의 모습을 표현하는 말 중에 하나를 든다면, ‘하늘을 잃어버린, 하늘을 잊어버린’ 세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늘을 볼 시간을 갖지 못합니다. 어떤 날에는 오늘의 날씨가 어떠했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때도 있을 정도로 하늘을 쳐다볼 여유가 없는 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그래서 하늘의 존재를 잊고 살기도 합니다. 또한 은유와 상징으로서의 하늘을 잊어버렸습니다. 하느님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더 이상 하느님의 도움이 필요 없는 것처럼 살아갑니다. 아니면 전혀 다른 하느님을 상정하고 거기에 매달리며 복을 빌거나 죄 용서를 받겠다고 애걸합니다.

훈민정음을 만들 때 모음이 기본이 된 것은 천지인(天地人) 삼재(三才)입니다. 천은 ‘∙’, 지는 ‘ㅡ’, 인은 ‘ㅣ’로 형상화 됩니다. 모든 모음은 하늘이 땅을 만나거나(ㅗ, ㅛ, ㅜ, ㅠ), 하늘이 사람을 만나거나(ㅏ, ㅑ, ㅓ, ㅕ), 땅이 사람을 만나거나(ㅢ) 또는 셋이 서로 만나서(ㅚ, ㅟ)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의 음가가 없어지고 글자도 없어졌습니다. 은유적으로 말하면, 하늘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가 없어지면서 개신교에서는 하느님이냐 하나님이냐 하는 신의 이름에 대하여 논쟁이 일어났고, 어떤 이름을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패가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하늘을 잃어버리고 하늘을 잊고 사는 것은 단순히 하늘을 쳐다볼 여유를 잃어버린 것뿐만 아니라, 순간순간의 삶 속에서 하느님 없이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문화 깊숙이 들어와 있는 하늘의 의미가 사라지는 이때에, 예수님이 승천하셨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갔다면 그 하늘은 어디입니까?

 
예수님이 올라간 하늘을 마시듯이

예수님이 하늘에 오르셨다고 하는데, 아마도 여기에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믿거나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처음교회 사람들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사도행전, 에베소서(1:20)와 히브리서(4:14)와 베드로전서(3:22), 그리고 사도신조에서 예수님이 부활한 후에 하늘로 올라갔다고 고백합니다. 예루살렘 동쪽 맞은편에 있는 감람산 꼭대기에는 예수님이 승천했다고 하는 자리에 팔각형의 ‘예수님 승천교회’가 있고, 그 중앙에 예수님이 승천할 때 밟았다고 하는 돌이 있습니다. 그 돌에는 발자국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승천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예수님이 하늘에서 왔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는 것은 하나의 상징입니다. 상징은 삶의 정황에 맞게 해석을 해야지 그 의미가 생생하게 살아있게 됩니다. 그러면 그 하늘은 어떤 하늘입니까? 하늘의 의미를 생각할 때에 예수님의 승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경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까? 어디부터 하늘입니까? 우리의 키 이상이면 하늘인가요? 땅으로부터 몇 Km이상이 떨어지면 하늘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아니면 대기권 밖을 하늘이라고 할까요? 하늘은 시작되는 점이 없습니다. 내가 숨 쉬고 활동하는 이곳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숨을 쉴 때에 단순한 공기를 마시는 것을 넘어서 하늘을 마시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늘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됩니다. 나의 숨은 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면서, 하느님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월은 ‘이천식천’(以天食天), “하늘로써 하늘을 먹여 살린다”라고 합니다.<해월법설 24장>

삼일신고(三一神告)에서 설명한 하늘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저 파란 창공이 하늘이 아니며, 저 까마득한 허공이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모양과 바탕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으며, 위아래 둘레 사방도 없고, 비어있는 듯하나 두루 꽉 차 있어서 있지 않은 곳이 없으며, 무엇이나 싸지 않은 것이 없다.”(蒼蒼 非天 玄玄 非天. 天 無形質 無端倪. 無上下四方. 虛虛空空. 無不在 無不容. 神. 在無上一位.)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에 하느님은 언제나 그곳에 계셨고, 지금도 계시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하느님을 잊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것입니다. 너무나 가까이 계시기에 나의 목숨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거짓된 나에 사로잡혀서 너무 멀어져 버렸습니다. 하늘은 저 멀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를 둘러싸고 있으며, 내 속에도 있는 것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다른 생명들 속에도 있습니다. 나와 남을 하나 되게 하는 근거가 바로 하늘입니다. 나의 숨과 남의 숨을 연결하는 것은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하늘입니다.

높고 넓은 하늘을 보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을 찾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찾게 됩니다. 하늘을 소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늘을 소유했다고 하는 그 순간에 사람은 숨이 막혀서 죽게 되기 때문입니다. 하늘은 함께 나누는 것입니다. 밥을 먹는 것은 하늘로부터 온 생명의 양식인 예수님의 몸을 먹는 일이며, 숨을 쉬는 것은 바로 그 하늘을 받아들이고 내 놓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생명활동인 먹고 숨 쉴 때마다 우리는 예수님을 먹고 하느님을 마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간 것은 제자들을 남겨두고 떠나 가버린 것이 아닙니다. 신학생 때에 ‘노동과사목연구회’라는 학회에서 활동했는데, 그 때에는 함께 쓰는 날적이가 유행이었습니다. 그곳에 적혀 있던 구절입니다. “예수는 아주 나쁜 남자이다. 왜냐하면 자기도 이루지 못할 일을 우리에게 남겨놓고 떠나갔기 때문이다.” 세상을 걱정하고 힘들어 하던 학생이 현실의 거대한 벽에 부딪혔을 때에 나오는 탄식조의 글귀였습니다. 때때로 하느님의 부재(不在)를 경험하면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를 떠나버린 것이 아닙니다. “제자들은 나가서 곳곳에서 선포하였다. 주께서 그들과 함께 일하고, 여러 가지 표징을 따르게 함으로써 그 말씀을 확증하였다.”(16:20) 예수님이 하늘로 올라가셨다고 하는 상징은 우리가 하늘을 마시듯이, 보이지 않지만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심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숨 쉴 때마다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을 내 속에 모신다고 생각하십시오. 굳이 최제우의 시천주(侍天主) 용천주(用天主) 체천주(體天主)를 말하지 않더라도 하느님이 내 안에 계시고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일하심을 기억하십시오.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과 함께 하는 일

승천한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일은 어떤 것입니까? 그것은 예수님의 삶에서 선포한 하느님 나라 운동에 있습니다.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는 승천한 엘리야의 제자 엘리사가 하느님의 영을 받아서 엘리야보다 갑절의 능력을 받고 행한 일 속에서도 그 일의 의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열왕기하 2장은 엘리야의 승천과 그의 뒤를 이은 엘리사의 이야기입니다. 존 S. 스퐁을 비롯한 많은 신학자들은 엘리야의 승천 이야기가 예수님의 승천 이야기에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엘리야의 승천 이야기 자체보다는 남겨진 엘리사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엘리사가 엘리야의 뒤를 이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활동은 엘리야와 마찬가지로 생명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이었습니다. 엘리야의 활동은 주로 기적을 동반하는데, 처음에 일으킨 두 가지의 기적은 엘리사의 활동의 의미를 잘 보여줍니다. 예수님과 마찬가지로 엘리사가 일으킨 기적은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곳에 담긴 야훼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입니다.

물이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죽고 유산하는 일이 있는 성(여리고)에서 엘리사는 샘의 근원에 소금을 넣음으로써 물을 맑게 고칩니다. 그것은 희망을 상실한 시대에 희망을 소생시키는 이야기입니다. 죽음의 기운이 드리워진 샘을 생명의 샘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 방법은 샘의 근원을 깨끗하게 하는 것입니다. 당장 눈앞의 현상만을 치유하고 어루만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새로운 그릇에 담긴 소금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그릇을 만들고, 그 그릇에 담긴 소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죽음의 문명과 문화, 죽임의 세력을 지지하고 확장시키는 근원을 바꾸기 위한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계속되는 이야기는 참으로 난감한 이야기입니다. 베델로 올라가던 길에 어린이들이 몰려와서 엘리사를 대머리라고 조롱했는데, 엘리사가 야훼의 이름으로 저주하니까 곰 두 마리가 나타나서 마흔두 명의 어린이들을 죽였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하느님의 종인 목사를 놀리거나 대접을 소홀히 하면 저주를 받아서 죽게 된다는 협박으로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단지 대머리라고 놀렸다고 해서 앞날이 창창한 목숨을 빼앗아도 되는가 하면서, 이 일이 민중을 위한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예언자가 한 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의 문제가 걸립니다. 엘리사를 놀린 것은 어린이라기보다는 ‘청년’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 ‘꺼져라!’ 하고 말한 것은 ‘올라가라!’는 뜻입니다. 청년들이 엘리야를 놀렸다고 하는데, ‘조롱하고 비난하였다’고 합니다. 다시 정리하면, 베델의 청년들 수십 명이 몰려와서 엘리사를 둘러싸고 조롱하고 비난하면서 말합니다. “대머리야 너도 (엘리야처럼, 11절) (하늘로) 올라가라! 죽어버려라!” 즉 예언자의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청년들의 말은 엘리사의 외모를 가지고 희롱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가 버린 것처럼 예언자로서의 활동을 포기하고 잠잠하라는 협박입니다. 따라서 엘리사의 저주와 청년들의 죽음은 해방과 생명을 위한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는 세력에 대한 단호한 거부입니다. 생명과 살림을 향한 활동을 조롱하고 그 일을 중단시키기 위해서 협박하는 세력에 대한 심판의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승천을 묘사한 사도행전에서 예수님이 떠나가실 때에 제자들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이렇게 말합니다.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하늘을 쳐다보면서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서 하늘로 올라가신 이 예수는, 하늘로 올라가시는 것을 너희가 본 그대로 오실 것이다.” 부활한 예수님이 주신 사명을 기억하고 행하라는 말씀입니다. 삶과 가르침을 통하여 함께 하신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는 말씀입니다. 모든 생명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때, 하늘에 오르사 하느님 우편에 계신 예수님은 하늘과 같이 여전히 제자들과 함께, 예수님의 길을 따라 살려 하는 우리와 함께 일하십니다.

엘리사의 이야기는 복음서 전체를 통하여 예수님이 보여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일과 연결됩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제자들이 받은 사명은 모든 사람 모든 생명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라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늘에 오르신 예수님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우리를 통하여 일하고 계심을 기억합시다. 오늘 예수님의 일을 위해서 고난당하는 사람들은 지금은 비록 초라할지라도 세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들, 기쁜 소식, 복음이 되는 사람들입니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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