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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삶을 잘 헤아리려면 독서는 필수다<김서정의 하루 3분 글쓰기 교실>
김서정 작가 | 승인 2016.12.27 10:28

우리의 일상경험을 돌아보며 잠깐 곰곰이 생각하면 알 수 있듯이 우리는 환경에서 정보를 가져와 그것을 안에서 모사한다는 식의 비유를 써서 우리의 경험을 기술할 때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주장한 것들을 통해 분명해졌듯이 이런 비유를 쓰는 것은 생물에 대한 모든 지식과 모순된다. 어쩌면 이것은 진퇴양난의 상황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신경계가 표상을 가지고 작업한다는 견해를 부정하면서 우리 주위의 현실도 부정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경계가 주위 세계에 대한 표상을 가지고 작업하지 않는다면(또 작업할 수 없다면) 인간과 동물의 비상한 작업효과와 학습능력, 또 세계를 조직하는 뛰어난 능력은 어떻게 가능할까? 만약 인식해야 할 객관적 세계의 존재를 부정한다면 임의로 가득 찬 혼돈에 빠지지는 않을까?

이것은 마치 줄타기 곡예와도 같다. 줄의 한쪽에 도사린 위험은 정보를 제공하는 객체들의 세계를 가정함으로써 인식현상 자체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정보를 가능케 하는 기제가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제멋대로 해도 될 것 같은 비객관성과 임의로 가득 찬 혼돈이다. 우리는 그 중간에 머무는 법, 줄 자체를 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앎의 나무>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다른 책보다 위 책을 오래 필사하는 것 같다. 이유는 있다. 기존의 책들과 확연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기생성, 자연 표류 등등이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느낌은 온다. 그런데 오늘 위의 글을 필사하고 보니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양쪽을 부정함으로써 내리는 중도적 견해,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겨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의 견해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느껴진다.

나의 일상경험을 돌아보면 하나의 이야기가 일관되게 흘러가지 않는다. 종교를 끌어들이면 어떤 때는 불교, 어떤 때는 기독교, 어떤 때는 무신론 등등 여러 생각들이 순간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대할 때도 사물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불현듯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한마디로 종잡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왜 글에서는 이렇듯 하나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기술해나가는 것일까? 역시 답은 간단하다. 하나의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서 기술해야 한다는 인류의 보편적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가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책이든 집요하게 파고들면 상호모순, 이율배반, 논리적 부정성, 질문에 대한 모호한 답, 억지로 꿰어 맞추는 듯한 전개 등등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물쩍 넘어간다. 아니 세상사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간다. 우리 삶 자체가 모순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상황 속에서 그걸 일일이 끄집어내면 우리는 잠시라도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다. 너무너무 부끄러워서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열심히 해야 한다. 그 모순된 상황을 문자로 표현한 것을 많이 보면 인식의 폭이 넓어져 여유가 생긴다. 그 여유에는 모든 것에 대한 이해가 담겨져 있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 일에 대한 문자의 표현을 보았다면 일단 헤아려보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면 혼란이 온다. 그것들을 글로 써보면서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래야만 삶의 중심이 잡힌다. 정신이 산만하면 행동도 산만하고 그러한 행동은 주위에 해를 입힌다. 모순된 이야기이지만 일관된 이야기를 써보는 것(아니 글을 쓰다보면 일관성이 만들어진다. 현재의 인식체계가 그러한 것 같다), 그 습관 길들이기에 모두 힘을 써보자. 그러면 삶이 더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김서정 작가  webmaster@ecumen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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