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더 이상 지속적 발전이 아니라 무작위적인 일련의 반(反)인상(half-impressions)으로, 부분적으로만 기록되어 이해되지 않는 이미지와 사유로 변형된다. 지속적이고 응집적인 경험은 도시의 다중 안에서 파괴된다. 벤야민은 이러한 과정을 경험에서 체험으로의 이동이라고 명명한다. 독일어 경험과 체험은 모두 영어로 ‘경험’을 뜻하지만, 다른 종류의 경험이다. 경험은 지식의 축적으로 인한 경험을 지칭한다. 이것은 많이 여행하고, 많은 일들을 관찰하고, 지혜를 얻은 결과라는 의미의 경험이다. 작가가 관계하는 경험은 바로 응집적이고, 의사소통 가능하고, 지력으로 독해할 수 있는 경험이다. 체험은 내적 삶의 영역과 심리적 삶의 혼란스러운 내용과 관계있다.

- <발터 벤야민과 메트로폴리스>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국어사전을 보면 경험과 체험은 큰 차이가 없으니 맥락에 따라 자연스럽게 쓰면 된다고 한다. 경험 수기보다는 체험 수기, 산 체험보다는 산 경험. 하지만 철학과 심리학을 끌어들이면 복잡해지는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위의 글이 눈에 띄었다. 저자는 벤야민의 말을 정리하면서 “체험은 불규칙적인 분자들의 경험, 우연적이고 계획성 없는 경험과 관련 있다. 체험은 망각의 계(係)이며, 망각의 다른 형태인 무의지적 기억 형성의 기반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야민에게 도시는 체험이 발흥하고, 경험이 사망하는 장소이다”라고 했다. 이 문구들을 한참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체험학습을 지향해야 하는지, 경험학습을 지향해야 하는지. 통합적 사고를 하려면, 온전한 나를 보려면, 체험으로의 파편화를 막아야 하는 것 같은데. 언어는 역시 어렵다.

▲ 김서정 작가 1966년 강원도 장평에서 태어났고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2년 단편 소설 <열풍>으로 제3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소설 《어느 이상주의자의 변명》, 어린이 인물 이야기 《신채호》, 《김구》, 《마의태자》 등을 썼고, 북한산 산행기로 산문집 《백수 산행기》, 먹거리와 몸을 성찰하는 에세이 《나를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다이어트》, 평화 산문집 《분단국가 시민의 평화 배우기》, 글쓰기 강의인 《나를 표현하는 단숨에 글쓰기》를 지었다. 오랫동안 출판사에서 일했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출판 편집일과 글쓰기 그리고 글쓰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김서정 작가  kims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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