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헤드린의 예수님 재판 - 모두가 불법인 재판

복음서에는 예수님을 처형하기로 결정한 재판의 과정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에는 예수님의 생애에 비하여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자세하고 길게 설명하고 있는지, 마가가 예수님의 재판과정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지에 대하여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재판’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이죠?

예수님을 재판한 의회를 산헤드린(συνέδριον)이라고 하는데, 당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오늘날 대법원에 해당하는 것으로 포로기 후기에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는 모세가 70명의 장로를 세운 데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민수 11:16-17). 왕이 없는 당시에 산헤드린은 종교적 기관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공적인 기관이었습니다. 산헤드린의 의장은 로마 정부에 대해서 사회적인 일이나 종교적인 일에 있어서 유대인들을 대표하는 사람이었다. 산헤드린은 70명(혹은 71, 72명)의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서기관들(율법학자들)로 구성되었습니다(53절).

산헤드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든 것이 재판받는 자의 권익을 도모하도록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산헤드린의 목적은 ‘재판에 있어 자비를’ 베푸는 것이었고, 심지어 정상을 참작해야 할 사정이 없는 때조차도 죄과를 가볍게 할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애쓰는 것이 그들의 의무였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의 재판과정을 유대인의 율법과 산헤드린의 규정에 비추어 보겠습니다.

재판이 일어난 때가 언제인가요?(53절) 누가복음은 아침이라고 하는데, 다른 세 복음서는 밤중에 산헤드린을 소집하여 재판을 합니다. 그러나 산헤드린은 매일 낮에 소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탈무드 Shab. 9b). 산헤드린이 열리려면 적어도 23명이 있어야 했습니다.

또한 55절에서는 재판을 하기 위해 증거를 찾는 사람은 대제사장과 온 산헤드린 의원들이었고, 이미 재판의 과정보다는 그 결과는 사형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재판에 있어서 원고와 재판하는 사람이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처형하기 위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증인들의 증언을 통해 완전히 유죄가 확정되고 선고받기 전까지 피고는 완전히 무죄한 자로 취급하여 재판에 회부될 수 없었습니다.

56-59절은 증인의 증언에 대하여 묘사합니다. 마가복음은 여러 사람들이 예수님을 반대하여 증언하였지만 그들의 증언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그러나 증인 채택이나 조사까지도 피고인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해 놓았는데, 죄를 선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명의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대 법률의 기본적인 원칙이었습니다(신명 17:6; 19:15; 민수 35:30). 두 명의 증인을 서로 다른 방에서 심문하여 그 증언이 완전히 일치할 때에만 증거로 채택할 수 있었습니다.

60-62절은 대제사장이 예수님을 직접 심문하는 장면입니다. 그러나 산헤드린의 의장직은 대제사장이 맡을 수 없었으며, 의장은 산헤드린의 투표에 의하여 선출되었습니다. 또한 피고에게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게 하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위법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죄인도 자신의 진술에 의해 죄인으로 낙인이 찍힐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가 죄를 지었다는 증거는 다른 증인들의 증언에 의해서만이 입증될 수 있었습니다.

63-64절에서 대제사장은 예수님을 신성모독이라는 죄를 씌워서 사형으로 몰아갑니다. 산헤드린 재판에서 예수님은 신성모독의 죄로 정죄 당합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자기의 옷을 찢었습니다(2열왕 18:37; 미쉬나 Sanb. 7:5; 사도 14:14). 율법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자를 돌로 쳐 죽일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레위 24:10-15).

그 외에도 재판의 결정적인 불법성은 재판을 급히 서둘러 마쳤다는 데에 있습니다. 깊은 밤중에 그 재판은 서둘러 끝이 나고, 밤사이 되어진 일을 인준하기 위해 그리고 합법성의 겉모양만이라도 부여하기 위해 해뜬 후 짧은 공식 회의를 소집한 것도 산헤드린의 심야 재판이 완전한 위법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또한 사형에 해당하는 혐의 사실을 재판한 경우 사형 선고는 심리가 끝난 다음 날에야 내려질 수 있었습니다. 즉 시간이 지나야만 했습니다.

 
사법살인과 그 희생자들, 그리고 예언자

마가는 이러한 재판 과정을 말하면서 예수님에 대한 산헤드린 재판 그 자체가 오히려 불법적이라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습니다. 마가는 권력이 법보다 위에 있으며, 그 힘이 한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을 고발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형언도는 공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입니다. 물론 자기의 권력을 계속해서 누리기 위해 로마에 눈물겨운(?) 충성을 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쥐어짜서 배불리던 사람들에게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예수님 당시나 오늘 우리 사회에서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보다는 ‘법 앞에서 만 명만 평등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법살인은 권력이 존재하는 역사 속에서 있어왔습니다. 특히 우리의 현대사에서 국가보안법에 의해 자행되었고, 그 법은 죽어가는 듯하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기세등등하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2005년 12월 7일에 “국가정보원 과거사건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에서 발표한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및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 사건”의 배후에서 박정희와 중앙정보부가 직접 지휘했다는 것은 이러한 직접적인 예입니다. 1975년 4월 8일 서도원, 하재완, 도예종, 김용원, 우홍선, 송상진, 이수병, 여정남 이상 8명에게 대법원은 사형을 확정했고, 바로 다음날에 서둘러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더구나 경찰은 유족의 반대 속에 시신을 강제로 화장시켜 버렸습니다. 어디 이뿐이겠습니까?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진 거의 모든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는 공권력의 최고층이 있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1975년 4월 9일은 사법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로 꼽힙니다. 국제법학자협회마저 ‘사법 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으니 국제적 망신을 산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새벽 이른바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사건 관련자들이 사형에 처해졌습니다. 김용원·도예종·서도원·송상진·우홍선·이수병·여정남·하재완 등 8명입니다. 대법원에서 사형선고가 있은 지 불과 18시간 만에 이뤄진 ‘황당한’ 사형집행이었습니다.

“오늘 정말 처형을 받아야 할 자가 누구입니까? 애먼 사람의 목에 밧줄이 걸렸습니다.” 1975년 4월 문동환 목사는 ‘목요기도회’ 강단에 서서 울분에 찬 설교를 시작했습니다. 유신독재 시절 개신교계의 민주화·인권운동의 상징이던 목요기도회 참석자들은 “대법원장!” “박정희!”라고 소리쳤습니다. 사건의 진실은 30여년이 흘러서야 밝혀졌습니다.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를 조작사건으로 확인했고,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1월 사형당한 8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기의 맡은 일을 처리해야 할 재판부(사법부)와 권력을 쥔 사람들이 항상 결탁하여 무고한 사람들에게 억울한 판결을 내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는 일은 권력이라는 것이 생길 때부터 계속되었습니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의 외침이나 예수님의 재판 과정에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예언자 아모스와 미가는 이러한 일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함들을 억압하고, 빈궁한 사람들을 짓밟는 자들아”(아모스 4:1) “너희는 공의를 쓰디쓴 소태처럼 만들며, 정의를 땅바닥에 팽개치는 자들이다.”(5:7; 6:12) “너희는 의로운 사람을 학대하며, 뇌물을 받고 법정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억울하게 하였다.”(5:12) “너희가 살려면, 선을 구하고, 악을 구하지 말라.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여라. 법정에서 올바르게 재판하여라.”(5:14-15)

“악한 궁리나 하는 자들, 잠자리에 누워서도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망한다! 그들은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날이 새자마자 음모대로 해치우고 마는 자들이다. 탐나는 밭을 빼앗고, 탐나는 집을 제 것으로 만든다.”(미가 2:1-2) “이 도성의 지도자들은 뇌물을 받고서야 다스리며, 제사장들은 삯을 받고서야 율법을 가르치며, 예언자들은 돈을 받고서야 계시를 밝힌다. 그러면서도 이런 자들은 하나같이 주께서 자기들과 함께 계신다고 큰소리를 친다.”(3:11)

“악한 자의 집에는 속여서 모은 보물이 있다. 도성에 사는 부자들은 폭력배들이다. 그들의 혀는 속이는 말만 한다.”(6:10-11) “남아 있는 사람이라고는 다만, 사람을 죽이려고 숨어서 기다리는 자들과, 이웃을 올가미에 걸어서 잡으려고 하는 자들뿐이다. 악한 일을 하는 데는 이력이 난 사람들이다. 모두들 서로 공모한다.”(7:2-3) “너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인지를 주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느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6:8)

법치와 생존권; 편법, 불법, 탈법을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

예수님의 재판이나 인혁당 재건위 재판을 통해서 기억할 것은 법과 생명권, 법치와 생존권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입만 열면 법치를 내세워 국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법을 자기의 이익이나 주장을 옹호하기 위해서 국민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국민의 권리와 생명을 지켜야 하는 공권력을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하게 요구하는 국민의 입과 행동을 가로막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으면 1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법조항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을 하겠습니까? 특히 ‘비즈니스 프랜드리’라는 별명답게 부자, 재벌과 대기업에게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 서민과 민중을 억압하는 데에는 악날하기 그지없습니다.

“국가가 시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그 법이 국민의 대표가 국회가 요구하는 절차를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형식적 법치). 다른 하나는 법의 내용이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 맞아야 하데(실질적 법치), 절차만 정당하다고 해서 모든 법이 정당한 것이 아닙니다.” - 서울대 로스쿨 조국 교수

어제(1/9)는 용산참사로 희생당한 다섯 분의 장례식을 355일 만에 치렀습니다. 작년 1년 내내 사회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용산참사는 12월 30일 아주 부분적으로 합의에 도달하였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천주교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매일 미사와 개신교의 ‘촛불을 켜는 그리스도인들’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대책위’의 목요촛불예배가 참사현장을 지켰습니다. 우리교회에서도 김동한 장로님, 형미숙 집사님을 비롯한 여러 교우들이 많은 수고를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희생자들의 장례는 치렀지만 용산참사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말에 법과 인권에 관련된 황당한 판결들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 부장판사)는 용산참사와 관련한 재판에서 법원은 용산참사의 책임을 피해자들에게 뒤집어씌우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다음날인 29일에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과정에 대하여 희한하고 코미디 같은 판결을 하였습니다. “절차는 위법하지만 법안은 유효하다.”는 어정쩡한 판결입니다. 또한 지난해 12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재판이 진행 중인 ‘용산참사’에 대한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현병철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회의 폐회선언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위원 10명 중 과반수인 7명이 “의견 표명에 찬성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현 위원장은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고 외치며 회의장을 떠나 버렸습니다.

토목과 건설을 위주로 하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법으로 옹호하는 재판부의 판결과 인권위원장의 시도는 법이 권력의 시녀임을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최소한의 사법적 자존심마저도 내팽개치고 재벌과 정부의 언론장악을 용인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사례에서 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잘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법을 교묘하게 악용하거나 대놓고 위반하면서도 서민들에게는 가혹한 법적용을 들이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죽임당한 사람들의 희생과 나의 삶

그날 밤, 대제사장의 관저에 모인 산헤드린 의원들은 모두 예수님이 사형받아 마땅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러한 판결은 예수님을 체포하기 전부터 그들(대제사장들, 장로들, 율법학자들)에 의해서 꾸며진 일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체포하고 끌고 온 것도 죽이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재판은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였고, 오히려 재판의 절차는 하나하나가 자기들의 법을 위반하는 일이었지만, 그 궁극적인 목적은 예수님을 처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로마 식민지였던 당시의 권력자들의 집단인 산헤드린은 오직 그들의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던 예수님을 처형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편법, 불법, 탈법을 자행하였습니다. 게다가 하느님의 이름으로 하느님을 모독한다는 누명을 씌워서 사람의 아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님을 처형해도 마땅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우리가 복음서에서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 예수님을 죽이기 위한 모든 과정에서 읽어야 할 것은 잘못된 권력과 법의 관계에서 얼마나 억울한 생명의 희생이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사람 중에서, 지금 살아 있는 생명들 중에서 죽어 마땅한 사람과 생명이 있을까요? 유기적인 연관의 관점에서 보면 희생만이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대신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우리의 진정한 삶을 위해서 대신 희생하였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돈과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법으로 서민과 민중들에게 죽임 당함을 강요합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몫은 예수님을 비롯하여 나를 위해 죽임 당했고 지금도 죽임 당하는 그 희생에 감사하고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일입니다.

이병일 목사(강남향린교회)

이병일 위원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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