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자: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 포스트 휴먼 시대 등 문명의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지구촌에 퍼진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BC(Before Corona)시대와 AC(After Corona)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현대인에게 미치는 심리적 파장도 상당합니다. 예전에 현대 문명에 대한 예언자적 발언이 적지 않았는데 세간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밝 선생: 현대는 만신(萬神)과 만령(萬靈)들이 도전하는 때입니다. 무수한 영들과 잡다한 신들이 인간 심령을 향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에 앞서 모든 영들은 해원하기 위하여 도전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上, 241) 현대인은 온갖 영들의 도전으로 정신병자들로 전락했고 각종 종교 공해 속에서 시달리고 있는 종교 환자들입니다.(上, 320)

옛날 빛나고 위대했던 혼들은 그 시대의 고뇌를 안고 바른 해답을 얻기 위하여 산으로 퇴수(退修)했습니다. 조로아스타도 붓다도 모세도 산과 광야로 퇴수하여 깊은 명상과 피나는 구도를 통해 신령한 불을 받고 하산했습니다. 산에서 점화한 이들 정신들의 불꽃으로 말미암아 미개와 야만의 황무지에서 방황하던 인류의 심성은 높이 도약하고 가시와 엉겅퀴와 잡초가 무성하던 세계심전(世界心田)은 옥토로 개간되기 시작했습니다.

미망(迷妄)과 무명(無明)의 심연에 던져져 돌과 나무의 정령(精靈)들을 숭배하던 애니미즘과 맹수의 탈을 쓰고 부족 간의 혈투를 일삼던 토테미즘과 원시의 동굴 속에서 무병(巫病)을 앓으면서 강령(降靈)에 떨던 샤머니즘의 낡은 하늘은 균열(龜裂)되고 그 틈 사이로 고등종교의 새 하늘이 개천되기 시작했습니다. 범천(梵天)과 도솔천과 여호와의 하늘이 열린 것입니다. 밝은 정오의 의식 아래 진리의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던 성인들의 하늘도 현대에 이르러 변색되고 그 영력(靈力)은 사라져 갔습니다.

회색 버섯구름이 감도는 하늘에서는 방사성 낙진이 섞인 죽음의 비가 내리고 조직과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비인간(非人間)들이 단절된 유리의 밀실에 갇혀 깊은 우수와 불안과 절망을 안고 허무의 한기(寒氣)에 떨면서 쾌락의 독주(毒酒)를 마시고 있습니다. 계시 없는 하늘에서는 온갖 사령(邪靈)과 붉은 잡신(雜神)들이 병든 현대인의 내면에 은밀히 잠입하여 우상을 진신(眞神)으로 착각시키는 작업(作業)을 치밀하게 자행하고 있습니다.(上, 8)

모든 고등종교는 동양에서 발아(發芽)되어 정과(正果)를 맺었습니다. 성경도 동양의 심성 속에 계시된 평화의 문서인데 피 묻은 서양의 가위로 오리가리 재단(裁斷)되어 사과(邪果)를 맺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참 포도나무가 되길 원했으나 쓸개 포도가 된 것처럼…. 그리하여 성경과 기독교를 동일시하는 착각이 2천 년 동안 지속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먼저 이 엄청난 미망과 허위와 독단을 타파해야 합니다. 변화산에 서서 저 산 밑 현대의 황야(荒野)를 보십시오. 아론이 주조(鑄造)한 금송아지 우상을 놓고 자본주의의 시녀가 된 기독교가 먹고 마시고 뛰놀고 있지 않습니까. 또 가인의 밀명(密命)을 받은 카알 마르크스의 괴뢰들은 형제를 죽이는 유혈의 참극을 함부로 감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쌍두(雙頭)의 괴사(怪蛇)입니다. 자본주의는 성경의 진리를 훔친 오른편 강도이고, 기독교의 썩은 자궁에서 세균처럼 자생한 공산주의는 왼편 강도입니다. 이 쌍두의 대사(大蛇)를 번개의 칼, 성령의 화염검을 높이 쳐들어 참수(斬首)해야 합니다. 이 성업(聖業)이 이 시대의 고뇌를 안은 참 깬 자들의 도적(道的) 과제(課題)입니다.(上, 10)

종교학자: 종교의 시대는 가고 (초)과학의 시대가 온다고 미래학자는 예견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과 로봇공학의 결합으로 제시되는 인간혁명, 입자물리학이 밝힌 미시세계와 천문학이 발견한 거시우주로 인한 확장된 공간혁명, 그리고 통신과 컴퓨터의 발전이 가져다준 시간혁명은  인류에게 과학적 유토피아가 대안문명으로 급부상함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더욱 축소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과학적 유토피아가 주창하는 미래상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한밝 선생: 과학의 발달로 정보와 지식의 양은 날로 더해가서 인간은 기계의 노예, 지식의 괴뢰로 전락할 것입니다.(上, 332). 과학주의 우상이 생명이 없는 물질에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여 인간을 열광시킵니다. 컴퓨터로 조작되어 말하고 사고하는 제5세대 로보트, 유전자와 염색체의 조작으로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분자생물학과 생명공학은 농업과 축산업 분야에 혁명을 일으켜 경이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요계, 150)

기독교가 무당 종교로 변질될 때 과학자들은 인간적인 기적을 창출해 낼 것입니다. 컴퓨터와 사고하는 로보트, 유전공학으로 전대미문의 과학 기적을 행하면서 인간을 지상천국의 환상 속으로 인도하며 핑크빛 무드에 빠져들게 할 것입니다.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한 컴퓨터와 로보트 그리고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은 기적의 약, 기적의 농산물, 기적의 섬유, 기적의 화학제품을 만들어 내어 지상천국의 꿈을 앞당길 것입니다.

심지어 복제 인간을 만들어내고 불로장수하는 약도 개발하여 타락한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고 과대광고를 할 것입니다. 타락한 인간의 지혜와 능력이 극대화되어 온갖 과학적 이적을 행할 때가 되면 인간은 창조주 하나님을 우습게 알고 예수의 진리를 무시하면서 인간 자신을 신격화하게 될 것입니다. 이때 거짓 기적으로 인간을 미혹하는 종교꾼들은 자신을 예수로 자처할 것입니다. 거짓 선지자들이 행하는 무당 종교의 기적과 과학적인 기적이 뒤범벅이 되어 말세의 인간들을 교만하게 만들 것입니다.(요계, 210)

▲프랭크 웨일링 외 11인, 『지도로 본 세계 종교의 역사』, 김한영 옮김 (갑인공방, 2005), 14-15.

피안종교 비판: “영혼이 천당 간다는 말은 성경 어느 곳에도 없다”

종교학자: 과학만능주의와 과학유토피아의 범람은 역설적으로 종교권위의 붕괴에 따른 역설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1970년경부터 과학적 유토피아의 교만과 유신론적 자본주의와 무신론적 공산주의로는 새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셨습니다. 문명사적 관점에서 세계 종교가 봉착한 한계상황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한밝 선생: 모든 사람이 사망 아래 놓여 있었으므로 우리는 죽음이란 당연한 생명의 귀결로 착각하게끔 되어 버렸습니다. 죽음이란 하나님의 뜻이며 죽으면 몸은 무덤에서 썩고 영혼이 하늘나라로 간다는 어리석은 지혜를 참 지혜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上, 65-66) 죽어서 영혼이나 마음이 천당 아니면 극락에 가는 사자(死者)들의 종교였습니다. 인류가 남긴 고대의 유적을 보아도 모두가 무덤문화임을 알 수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잉카의 유허들 인도의 타지마할, 캄보디아의 밀림 속에서 발견된 앙콜왓트, 그리스와 로마의 신전들 그리고 각 나라의 왕릉들 모두가 무덤문화요 피안종교의 유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산 자를 위한 종교가 아니라, 죽기 위한 종교,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종교가 참 종교의 본질일까요? 또 죽어서 영혼내지 마음이 천당 극락 간다는 피안의식과 감성은 참된 인간의 성정이었을까요? 그러나 그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하여 의문을 일으킨 일도 없고 바른 해답을 제시한 일도 없었습니다. 죽으면 몸은 무덤 속에 매장되어 썩고 영혼이나 마음이 선악을 따라 천당 아니면 지옥에 간다는 낡은 종교적인 원리를 우리는 아무런 의심 없이 진리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中, 312-313) 

종교학자: 한밝 선생님께서는 다양한 종교경전의 텍스트로 동이족의 선맥사상과 성서의 부활사상을 이해지평에서 회통시키고, 궁극적 인간의 가능성을 경전을 근거로 역사적 사건으로 조명한 「僊(仙)攷」란 논문을 쓴 적도 있습니다. 특히 방금하신 종교적 발언은 세계 종교 경전해석의 패러다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해석학적 문제제기인 것 같습니다만 오늘은 그리스도교의 생사관, 특히 성서적 맥락에서 인간의 생사관을 중심으로 설명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밝 선생: 아담 이래 모든 사람은 죽음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죽은 자의 맥은 혈맥이며 동시에 그 맥은 족보로 연결되는 맥입니다. 아담 이래 족보란 인간들이 죽은 순서를 나열한 문서입니다. 때문에 족보란 죽은 자들의 기록입니다. 본래 의미의 족보란 승천한 순서를 기록해야 할 문서인데 인간이 죽음의 존재가 되므로 무덤에 묻힌 순서를 기록한 문서가 되었습니다. 요절과 장수의 차이가 있을 뿐 아담 이래 모든 사람은 죽었습니다.(上, 65)

성경은 〈하나님은 산 자의 하나님이다〉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도 피안종교가 되었으니 이것이 어찌된 사실인가요? 눈을 씻고 성경을 보아도 우리에게 계시한 부활의 진리는 피안종교관이 아닌데 어찌하여 기독교가 피안종교로 전락되었을까요? 죽으면 영혼을 천당으로 보내주는 장례종교가 하나님의 종교가 될 수 없는데 이 실상을 깨친 자가 없으니 어찌하겠습니까. 하나님은 천당에서 죽은 영혼이나 수집하는 염라대왕이 아닌데 지금껏 염라대왕격으로 하나님을 믿어왔습니다.

사자(死者)의 영혼은 하늘나라에 갈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생자(生者)의 하나님이지 사자의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혼이 천당 간다는 말은 성경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이것은 헬레니즘 사상이 기독교에 혼합된 결과임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사자의 영혼이 천당에 가서 하나님 품에 안겨 영생한다면 성경의 핵심사상인 부활문제는 군더더기가 됩니다. 성경을 관류하는 사상은 부활입니다. 부활은 죽은 인간을 다시 살리시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만약 사자의 영혼이 하나님의 품에 안겨 영생한다면 부활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죽은 자는 하나님을 뵈올 수 없으며 사자의 영혼은 낙원에 가서 부활의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죽은 자들은 다시 이 땅에 부활하여 산 자 곧 생령이 되어야하며 이 생령이 하늘나라에 승천할 때는 에녹이나 엘리야처럼 선거되어 자리를 옮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늘나라는 새 이승이지 저승이 아닙니다.(中, 312-313)

성경에는 영혼이 하늘나라에 간다는 말씀은 단 한 곳도 없는데 기독교인들이 만든 교리에는 영혼이 하늘나라로 가는 것을 믿는 신앙고백이 있으니 비성경적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성경을 정경(正經)으로 믿으면서 비성경적인 세상 지혜로 교리를 만들어 착각 속에 미신하고 맹신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下, 560)

부활한 몸이 되어 새 하늘과 새 땅에 다시 파종되어 완덕한 인격으로 익어 지상천국의 생활을 누린 자 만이 영원히 수렴되어 천상천국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 속에 감추어진 이 근본원리조차 깨닫지 못하고 땅 위에서 어떻게 살았던 죽어서 영혼이나 천당 간다는 기독교는 사이비 종교요 비성경적인 종교입니다.(下, 137)

종교학자: 그렇다면 성서에서 인간의 생사의 맥락은 어떻게 말하고 있습니까?⁽¹⁾

한밝 선생: 성경의 산에는 두 갈래의 도맥(道脈)이 뻗어있습니다. 그 한 맥은 죽은 자의 맥이며 다른 한 맥은 산 자의 맥입니다. 죽은 자의 맥은 성경의 산하에 무덤을 남겼고 산 자의 맥은 성경의 산하에 무덤을 남기지 않았습니다.(上, 64) 아담 이후 모든 인류는 죽어 성경에는 사자(死者)의 맥이 곤륜산처럼 거대하게 역사의 광야에 뻗어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산맥을 정밀히 관찰하면 구름 속에 가리워진 신비한 영봉(靈峰)들이 우뚝 솟아 있으니 에녹과 멜기세덱과 엘리야와 모세와 예수의 봉우리들이다. 천고(千古)의 신비 속에 가리워진 에녹과 멜기세덱과 엘리야와 모세와 예수의 기봉(奇峰)들은 산 자의 맥을 형성하는 성경의 도맥(道脈)이며 이는 아직 누구도 발굴못한 미개발의 보고(寶庫)입니다. 에녹과 멜기세덱과 엘리야는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로 간 자가 아닙니다. 그들은 죽지 않고 승천했으며 환골탈태(換骨奪胎)한 변화체가 되어 우화등선(羽化登仙)하였습니다.

산 자의 맥이란 살아서 승천하는 선맥(僊(仙)脈)을 말합니다.(上, 66-67) 하늘나라도 두 가지 나라가 있습니다. 땅 위에 세워지는 지상천국과 하늘에 있는 천상천국입니다. 지상천국에서 죽지 않고 생령으로 추수된 자만이 하늘 곡간인 천상천국에 가서 하나님의 얼굴을 뵈올 수 있습니다. 아담 타락 이래 아직 이 땅 위에는 지상천국이 건설된 일이 없어 한 사람도 알곡으로 익은 사람이 없는데 어찌 하늘나라에 갈수 있겠습니까?

아담은 타락하기 전에는 산 자 곧 생령이었습니다. 이 생령이 생명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 죽지 않고 영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생령이 변화체가 되어 선화(僊化)됨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선화되어야만 하나님과 대면할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선화된 인간에게는 피안이란 없고 하나님이 계신 곳은 새로운 차원의 이승일 뿐입니다. 이런 생명의 실상을 모르고 죽으면 영혼이 천당 간다는 피안종교를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인 미망에서 빨리 자유해야 합니다. 자유한 자 아니고는 하늘나라에 갈 수 없습니다. 죄와 죽음의 권세에서 자유하지 못한 인간은 영원히 피안종교관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中, 313)

종교학자: 피안종교가 역사시대의 종교적 인간이 지향하는 생사관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라면,  이외에도 현대문명이 극복해야 할 역사적 과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밝 선생: 인류가 피 흘린 전쟁사는 엄밀한 의미에서 종교전쟁이었습니다. 오늘날도 종교전쟁이 세계를 요란하게 뒤흔들고 있습니다.(下, 186)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냉전도 엄밀한 의미에서는 종교전쟁인 것이다. 왜 이 같은 전쟁현상이 생기겠습니까?(下, 187)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전쟁을 유발하여 세계 도처에서 전운이 감돌고 신민족주의와 신식민주의의 발생으로 국가가 국가를 치고 민족이 민족을 치는 분쟁 상태가 끊임없이 유발되고 있습니다.

현금(現今)의 국제정세를 보면 이데올로기로 인한 냉전, 종교적 분쟁으로 인한 열전, 그리고 경제적 혼란과 무역 전쟁, 혁명의 수출과 신민족주의, 신식민주의의 대두는 무엇을 뜻하고 있을까요?(上, 331-332) 지금 자본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나 제3세계를 막론하고 권력 엘리트와 경제관계 학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경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점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각국은 경제 개발을 추진하고 GNP를 예고하고 생산과 수요의 지표를 점치고 증권 시장의 폭등과 폭락을 점쳐야 합니다.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이므로 각종 경제 지표를 예언하고 점치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현대 국가의 권력자와 경제학자와 과학자는 점치는 복술가들입니다. 그들은 온갖 정치적인 복술, 경제적인 복술, 종교적인 복술, 과학적인 복술로 인간을 미혹시키고 있습니다.(요계, 238)

종교학자: 한밝 선생님은 월남 종교인으로서 북한에서 중학생 시절이었지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북한에도 자유가 있다는 말에 최고지도자를 비판할 수도 있는 자유가 있냐는 질문을 했다가 큰 야단을 맞은 일화가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²⁾ 북한의 실상을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공산주의의 본질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 견해를 내놓으셨는데요.

한밝 선생: 동서고금을 통해 마귀는 각 시대마다 자기의 이념과 사상과 교리를 여러 모양으로 시도해 보다가 나중에 와서 마지막으로 시도해 본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였습니다.(요계, 225) 모든 물질과 경제를 공유하여 지상낙원을 이룩하겠다고 약속한 공산주의자들은 민중을 기만하여 혁명이 성공한 다음 새로운 계급을 만들어 다시 민중 위에 군림하였고 소수 정예화된 당원만 잘살고 잘 먹는 통제화된 지옥을 만들지 않았습니까.(下, 153)

악마의 달콤한 유혹을 받고 사심을 일으킨 자들이 민중들을 교묘하게 기만선동하여 혁명에 성공하면 민중들과 공약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리고 태도를 표변하여 강압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세상 나라의 정치원리였습니다.(下, 153) 변증법적 유물론과 계급투쟁의 사관(史觀)으로 방대하고 치밀한 교리를 만들어 자본주의에 염증을 느낀 인민을 세뇌하여 폭력혁명의 큰 칼을 들고 세계를 붉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붉은 광신자들은 철저한 무신론자들이고 그들은 기독교의 신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그 자리에 당(黨)이라는 이름의 우상을 대신 세워놓았습니다.

잘못된 기독교의 유일신관(唯一神觀)과 잘못된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유일사상(唯一思想)은 성경을 잘못 이해한 사이비 종교에서 만들어 낸 교리임을 대각해야 합니다. 평등이란 미명하에 사유재산을 빼앗아 인간을 빵의 노예로 만든 공산주의는 거대한 집단 노예의 수용소 군도입니다. 계급없는 사회를 만들자는 혁명구호를 내걸고 부르조아 계급을 무참하게 숙청한 공산주의는 새로운 당계급이 지배하는 경직된 관료주의 사회가 되었습니다.(요계, 103-104)

10월 혁명 이후 볼셰비키 당은 정권을 잡고 마르크스의 이론을 실천해 보았으나 지상천국은 도래하지 않고 반대로 비밀경찰이 인민을 감시하는 집단수용소를 만들어낸 것이 공산주의였습니다. 타락한 인간의 마지막 사상으로 등장한 공산주의도 이미 실험이 끝난 실패한 사상입니다. 그러나 마귀는 마르크스에게 붉은 영감을 주어 창출(創出) 해낸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실패한 작품임을 자인하지 않고 오늘도 폭력혁명을 각 나라로 밀수출하여 세계를 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요계, 104)

종교학자: 1989년 프란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 )는 공산주의의 종주국인 구 소련의 실패를 예견하면서 ‘역사의 종말’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존 역사의 틀이 아닌 새로운 인류역사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하였습니다. 1991년에 소련이 붕괴되고 2001년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인 WTO에 가입하는 등 외형상 자본주의의 승리를 선언하는 듯하지만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재부흥, 그리고 지구촌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여전히 복잡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자본주의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한밝 선생: 부(富)를 축적하기 위해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는 막강한 힘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와 중남미를 휩쓸면서 선교사를 앞잡이로 세워 식민지 쟁탈전을 전개했습니다. 자본주의 권력과 유착한 기독교는 식민지 침략 전쟁의 앞잡이가 되기 위하여 각 교파와 교리의 보따리를 싸들고 동분서주했습니다. 선교사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기 위하여 각 나라로 파송되었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식민지 침략 전쟁의 앞잡이가 된 사실을 부인치 못할 것입니다.

백색 자본주의는 식민지를 쟁탈하는 전쟁을 시작하여 <이기고 이기려고> 발버둥을 쳤습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흰 말은 사이비 백마입니다. 백색 자본주의의 바람은 예수의 이름을 도용(盜用) 한 기독교를 앞장세웠기 때문에 흰 말로 나타나게 됩니다. 흰 말로 교묘하게 위장한 기독교는 예수의 이름으로 온 세상을 복음화한다고 외치고 다녔으나 자본주의 권력과 야합하여 그 시녀(侍女)가 되었고 드디어 창녀로 전락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지금 자유 민주주의의 깃발을 날리면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요계, 102) 타락된 눈동자로 보면 빵과 자유가 있는 듯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배금주의의 노예, 물질의 노예가 되어 개인주의의 우상을 섬기는 타락된 세상나라가 자본주의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下, 154)

제3세계는 “정신적 유산은 풍부한 나라들이다”

종교학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틈바구니에서 제3세계의 존재는 국제정세에서 크게 주목을 못 받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제3세계의 세계사적 역할의 중요성은 어느 분야에 있을까요?

한밝 선생: 제3 세계인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제국(諸國)들은 대부분 후진국으로 식민지 통치를 받은 나라들입니다. 검은 색은 문명하지 못한 낙후된 후진국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아프리카를 검은 대륙이라 하지 않습니까. 제3세계는 민족주의의 검은 바람이 한창 불고 있습니다. 후진 개발국들은 대부분 자본주의와 군국주의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우후죽순격으로 독립된 나라들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독립한 듯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아직도 선진국의 경제적인 식민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족 자본이 전무한 후진국들은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기술 축적이 없어 빠른 속도로 변모해 가는 선진국의 첨단산업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그 뿐입니까, 인구는 증가하고 식량 부족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 제3 세계는 비동맹 중립 노선을 표방하고 있으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도전을 받고 있는 정치적인 혼란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혁명과 군사 쿠데타의 악순환, 독재와 강압 정치는 인권을 유린하고 언론을 탄압하고 지식인을 무력하게 만들고 저소득 계층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경제,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계층 심화, 전통 가치의 붕괴와 도덕적 타락은 제3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사회 현상입니다.

정권을 잡은 독재자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서 곡예사 모양 줄타기를 하고 강대국을 순방하면서 매춘부 모양 웃음을 팔고 있습니다. 민족주의 검은 바람이 부는 제3세계는 후진 개발도상 국가로서 한결같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도전을 받고 고민하고 있습니다.(요계, 105) 자본주의의 풍요 속에서 황금 우상을 예배하는 백색 기독교인들과 공산주의의 통제 속에서 무신론 우상을 섬기는 마르크스 교도들 속에서는 참 신앙자를 발견하기 힘듭니다. 비록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과학적으로는 뒤떨어졌지만 정신적 유산은 풍부한 나라들입니다.(요계, 107)

“공산주의의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는…하루빨리 유기해야 할 낡은 시대의 소산들이다”

종교학자: 종교적 인간이 ‘영생’이라는 종교적 기제를 방치한 종교의 무능과 과학기술이 그 기능을 대신하려는 과학의 오만을 경계하는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현대 문명이 봉착한 한계상황으로 피안종교의 한계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는 실패한 역사시대의 하나의 ‘주의’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문명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한밝 선생: 기독교 자본주의는 오른편 강도의 십자가를 믿는 우익종교(右翼宗敎)이고 마르크스 공산주의는 왼편 강도의 십자가를 믿는 좌익종교(左翼宗敎)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골고다에서 고난 받은 예수의 십자가는 가운데 자리한 중도(中道)의 십자가입니다(요 19:18, 마 27:38).(요계, 108). 이 성구들(마 27:28, 막 15:27, 눅 23:33, 요 18:18)을 보면 골고다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는 가운데 십자가에 달려 전사하였고 그 좌우에는 두 강도가 달려 죽었습니다.

세 개의 십자가는 무엇을 뜻하고 있습니까? 속죄의 십자가 좌우에 왜 두 강도의 십자가가 있을까요? 이날까지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십자가만 쳐다볼 줄 알았지 좌우에 달린 두 강도의 십자가의 의미는 깨닫지 못했습니다.(下, 534-545) 기독교 이천 년 동안 성경을 읽은 목자와 신학자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아직도 피안종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들의 종교의식은 죽으면 영혼이 천당 간다는 비성경적 헬레니즘 사상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中, 314-315)

공산주의의 경제도 자본주의의 경제도 마귀의 경제관이지 하늘나라의 경제가 아님을 깊이 인식해야 합니다. 평균케 하는 만나경제를 오각하면 공산주의 내지 기독교 사회주의의 경제관으로 둔갑합니다. 하나님을 부정하는 무신론 국가 전체주의의 통제 밑에 강제로 획일화된 공산주의의 경제는 평균의 원리가 있는 듯하지만 이는 마귀가 조작한 환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또 하나님을 인정하는 유신론의 국가 자본주의의 자유경제 체제도 자유의 원리가 있는 듯하지만 이것도 금송아지를 주조한 우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평균케하는 경제가 있는 듯하지만 자유가 없고 방종에 흐르는 자유는 있는 듯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의 수렁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공산주의의 경제와 자본주의 경제는 다 같이 쌍두사이며 하루빨리 유기해야 할 낡은 시대의 소산들이다.(中, 258)

▲ 대한민국 지도와 이호재, 『한밝 변찬린(한국종교사상사)』 (문사철, 2017), 366.

종교학자: 종교학에서 흔히 오른쪽은 진리, 정의, 평화, 선 등 긍정적 부호이며, 왼쪽은 비진리. 부정, 전쟁, 악의 상징적 부호로 이해를 합니다. 오른쪽 십자가, 왼쪽 십자가, 가운데 십자가 등 세 십자가으로 구분하여 ‘세 십자가’ 사건을 현대 문명과 상관하여 해석학적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주시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³⁾

한밝 선생: 현대광야에서 전개되고 있는 우익과 좌익의 냉전과 열전도 좌우에 못 박힌 두 강도의 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골고다에 세워진 세 개의 십자가는 아담 타락 이래 인간이 걸어온 구약의 길과 또 앞으로 걸어갈 신약의 길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암호였습니다. 골고다의 십자가를 분수령으로 하여 구약의 마당과 신약의 마당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구약의 마당에서 전개되었던 상징과 표상의 노정이 신약의 마당에서는 인류가 걸어가는 세계사의 길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왼편 강도의 십자가는 좌익으로서 무신론과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나타났고 오른편 강도의 십자가는 우익으로서 유신론과 자본주의의 형태가 되어 지금 세계사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왼편 강도는 죽는 순간까지 예수를 비방하며 야유하고 하나님을 거부하면서 죽었고 오른편 강도는 예수를 구주로 믿고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면서 죽어갔습니다. 이 골고다의 두 십자가가 인류가 걸어온 역사의 결실로서 나타난 것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이며 유신론과 무신론이며 우익과 좌익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대각해야 할 역사의식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데올로기는 인간이 가야 할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유신론과 무신론, 우익과 좌익의 길은 〈강도의 길〉이지 참 인간이 도행해야 할 하나님의 길이 아닙니다. 오른편 강도의 길은 외도(外道)이며 왼편 강도의 길은 사도(邪道)입니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두 강도가 역사적인 이데올로기로 나타난 미혹의 길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독교란 오른편 강도가 종교화한 것이고 맑스주의는 왼편 강도가 종교화한 것입니다. 가운데 십자가의 자리 곧 중도(中道)의 자리에서 보면 기독교와 맑스교는 두 강도의 종교로서 사이비 종교입니다. 미신과 맹신과 광신에 젖어있는 기독교인들은 기독교가 사이비 종교라는 말에 대노(大怒)하겠으나 냉정을 회복하고 기독교의 색안경을 벗고 성경의 자리에서 개안된 눈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기독교와 맑스교는 성경의 진리를 훔쳐간 도적들이며 그 교리는 사이비 진리입니다.(下, 537-538)

종교학자: 앞에서 말씀하신 우익종교인 자본주의와 기독교, 죄익종교는 공산주의와 맑스교라는 표현은 성서에 근거한 근대 이후의 세계 문명을 주도한 근현대 서구의 문명 정체성을 압축하여 선명하게 드러낸 발언같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 주시겠습니까?

한밝 선생: 마르크스 레닌주의는 성경의 진리를 훔쳐 천년왕국 모양 공산주의 유토피아 사상으로 굶주리고 억압받는 무산 계층을 유혹한 거짓 종교였다. 자본주의의 사상이 뿌리내린 토양은 기독교였습니다. 프로테스탄트의 윤리는 자본주의를 꽃피게 했고 기독교를 믿는 서양 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들뜨게 한 회오리 바람이었습니다.(요계, 103)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는 기독교의 썩은 토양 속에서 싹트고 꽃피고 열매 맺은 선악과입니다.(요계, 225) 오순절의 체험은 공산주의의 남상(濫觴)도 아니고 사회주의의 시발(始發)도 아니라는 점입니다.(上, 271)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으면 어떤 길을 걸어가야 했을까요? 하나님이 인간에게 제시하신 본래의 길은 〈중도(中道)의 길〉이었습니다. 중도의 길은 인간이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였고 인간이 깨달아야 할 바른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타락으로 말미암아 무명과 미망에 빠진 인간은 중도의 길을 잃어버려 도행할 수 없고 좌우에 치우치는 외도와 사도(邪道)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른편 길이 아니면 왼편 길을 걸어간 것이 타락 인간들이 도행한 죽음의 자취였습니다. 우도(右道)는 외도(外道)이고 좌도(左道)는 사도(邪道)이지만 누구 한 사람도 자기들의 길이 비본래적인 길임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과 여호수아에게 치우치지 말고 중도(中道)를 향해 도행할 것을 당부하고 또 당부하였습니다. (신 5:32-33, 신 28:14, 수 1:7) 이 성구들을 보면 하나님이 인간에게 계시하신 정도(正道)는 중도(中道)였습니다. 그러나 타락 인간은 중도(中道)를 행하지 못하고 좌도(左道) 아니면 우도(右道)로 치우쳐 우상숭배자 아니면 무신론자가 되어 하나님을 찾는 길을 외면하였습니다. 예수만이 중도(中道)를 향해 홀로 도행하였고 예수만이 중용(中庸)의 말씀을 하였고 예수만이 중관(中觀)의 눈이 열린 자였습니다.

성령의 말씀과 예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좌우에 날선 검과 같다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히 4:12, 계 1:16, 게 2:12,). 말씀의 좌우에 날이 선 까닭은 좌우의 외도와 사도(邪道)를 파(破)하기 위함입니다. 좌우에 날선 칼은 곧 중도(中道)의 검을 뜻합니다. 예수께서 가운데 십자가에 달리신 뜻은 가운데 십자가만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는 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좌우에 달린 두 강도의 십자가는 인간이 걸어갈 길이 아닙니다. 그런데 타락 인간들은 중도(中道)의 길을 버리고 좌우의 길을 걸어왔고 또 걸어가고 있습니다.(下, 536-537)

종교학자: 종교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가 서구에서 흥기한 사상적 배경을 기독교에서 찾고 있습니다.⁽⁴⁾ 한편 신학자 라인홀트 니부어와 철학자 이사야 벌린 등은 공산주의 체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슘페터 등은 마르크스가 주장한 공산주의에 내포된 예언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는 인류의 원초적 욕망이 투사된 정치·경제적 기제로서 역사적 조건이 맞으면 미래에 작동할 수 있는 매력적인 구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신론적 자본주의와 무신론적 공산주의가 역사시대에 폐기되어야 할 사상이라면, 특별히 그리스도교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밝 선생: 공산주의자들이 부르짖는 유토피아는 그 본질이 성경에 나타난 천년왕국과 다름이 없습니다. 악마가 하나님의 이상을 훔쳐가서 유일사상으로 위조하고 변조한 것이 공산주의의 사이비 복음인 것입니다. 서구의 기독교도 구약적인 수건을 벗지 못하고 성경을 보았기 때문에 십계에 적힌 유일신관의 함정에 빠져서 다른 고등종교를 정죄하고 심판하는 우행을 서슴지 않고 자행했습니다.(中. 172) 기독교의 교리와 맑스주의의 교리는 동일한 구조 위에 건축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또 한 번 깨달아야 할 사실은 오른편 강도는 회개하고 낙원을 약속받았다는 소식에 귀를 기우려야 합니다. 왼편 강도인 맑스주의는 마귀가 성경을 도용(盜用)한 사이비 교리와 사상이므로 그들은 끝까지 예수를 비방하고 하나님을 거부하지만 오른편 강도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의 눈물을 흘린 종교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기독교가 인류역사에 공헌한 점도 많지만 공헌 못지않게 저지른 죄악도 많은 종교입니다.

현대광야에 이르러 기독교는 아론의 금송아지인 자본주의의 황금우상에게 예배하는 갈보의 종교로 타락했지만 자기의 죄악을 깊이 깨닫고 회개의 눈물을 뿌려 오른편 강도모양 갱신되면 낙원을 허락받을 것입니다. 오른편 강도의 길인 자본주의와 기독교도 왼편 강도의 길인 공산주의와 맑스교도 우리가 걸어갈 정도(正道)가 아닙니다. 우리가 바라보면서 걸어가야 할 길은 좌우를 버리고 중도(中道)의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야 합니다. 예수가 못 박혀 보혈을 흘린 가운데 십자가만이 우리를 구원해 주는 영원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下, 538)

종교학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등에 대한 사상적 근거를 그리스도교의 잘못 소화된 사상적인 역사적 전개로 해석하고 ‘중도의 십자가’를 ‘구원의 십자가’라고 주장한다면 그리스도교 유토피아를 주장한다고 이해해도 되는 것인지요?

한밝 선생: 서양에서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기독교 신학은 순수한 성경의 말씀이 아니고 성경과 헬레니즘 사상을 혼음시켜 출생시킨 혼혈사생아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中, 314-314) 우리는 이 날까지 성경해석을 서구 신학자들의 방법을 무조건 답습(踏襲)했고 모방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신학과 교리를 소화도 하지 못한 채 포식(飽食)만 하는 어리석음을 범했습니다. 서양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교리만이 진리의 전부요 성경해석의 방법이지 그 밖의 것은 이단으로 정죄하고 타매(唾罵)하는 경향이 농후하였습니다. 서구 기독교가 우리에게 주입한 교리와 교파의 잘못된 선입관념을 버리고 빈 마음자리에서 성경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경과 교리화 된 기독교를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上, 486)

“하루빨리 낡은 종교, 낡은 도덕, 낡은 사상, 낡은 사고, 낡은 관념을 버려야 한다”

종교학자: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문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하시는지요?

한밝 선생: 현대광야에서 바라보아도 골고다에는 세 개의 십자가가 암호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고뇌를 안고 산으로 퇴수한 자라면 골고다의 십자가 속에 숨겨진 도비(道秘)를 대각하고 중도(中道)의 대로를 개명해야 합니다. 맑스주의의 교리는 이미 실험이 끝난 사상입니다. 공산주의 교리로 인류를 구원할 수 없음이 역사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교리도 실험이 끝난 종교입니다. 낡아빠진 기독교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종교꾼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새 날의 지평을 조망하는 깬 자라면 회칠한 무덤 같은 기독교에서 탈출하고 출애굽 해야 함을 알 것입니다.

기독교가 깨닫지 못한 성경 속에 묻힌 도비를 깨닫는 새로운 무리들이 나와서 중도(中道)의 십자가로 대로를 개통하는 도적(道的) 작업이 전개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종교혁명이 새로운 종교개혁이 일어나 기독교와 맑스주의 교리를 타파하고 그 우상을 철장으로 부셔버릴 때 인류 앞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려올 것입니다.(下, 538-539) 자본주의는 자유가 있는 듯 하지만 평등이 없고 공산주의는 평등은 있는 듯 하지만 자유가 없습니다. 자유와 평등이 사랑 안에서 조화되는 곳이 하늘나라입니다. 하늘나라는 좌와 우를 초극한〈중초한 자리〉입니다.

대자유와 대해방을 얻은 자들이 신비한 유기체를 이루어 일심동체로 정의를 구현하고 실천하는 세계입니다. 이런 나라는 아직도 도래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늘나라에도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가 있지만 이것은 세상나라의 계급과는 다릅니다. 하늘나라에는 계급이 없습니다. 머리와 지체가 한 유기체를 이루었는데 어찌 계급이 있겠습니까. 하늘나라는 계급이 아닌 인격이 있을 뿐입니다.(下, 154)

하늘나라의 경제는 자유한 자들이 강제아닌 자율 속에서 균등한 만나를 먹고 하늘나라의 정치는 무소유한 자들이 부자를 다스리며 하늘나라의 종교는 부활한 산 자들이 하나님을 모시는 성전이 되어 영생을 누리는 마당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下, 172).

“앞으로 탄생될 언약의 자식들은 초인이며 새로 형성될 공동체는 초인류(超人類)인 것이다”

종교학자: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밝 선생: 참 생명의 현상은 일일신(日日新)하고 우일신(又日新)합니다. 날마다 새로워지고 갱신되고 혁신되는 것이 생명입니다. 오늘에 살면서 어제의 것을 고집하면 퇴화된 생명이 된다. 퇴화된 생명은 죽은 생명입니다. 예수의 도리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참 생명의 말씀이었는데 퇴영적인 종교꾼들은 정통과 전통을 고집하면서 예수를 새 술에 취한 이단자로 매도하고 정죄하였습니다.

낡은 종교를 고집하면서 그 심령이 정지 상태에 머물러 특정 교파와 교리의 화석으로 굳어질 때 이런 무리가 곧 인간 뱀이 되어 혁신되고 갱신된 새 생명을 정죄하는 것이 타락사의 현장이었습니다.(下, 492-493) 예수가 재림하여 마귀의 권세를 소멸하고 악의 세계를 심판하는 날까지 인간사류들이 종교계의 지도자로 군림하여 양들을 오도(誤導)해 갈 것입니다. 교파와 교리에 굳어지고 사상과 이데올로기의 틀에 찍힌 종교꾼 예수쟁이들은 낡은 종교를 갱신하려는 인물이 나타나면 그를 이단자로 몰아 종교적인 살인을 서슴없이 감행하면서 하나님께 예배드릴 것입니다.(下, 496) 기독교에 굳어진 마음, 카를 마르크스의 이데올로기에 굳어진 마음, 또 무슨 사상 무슨 주의에 굳어진 석심(石心)들은 예수가 다시 오실 때 버림받을 사류(蛇類)들입니다. 모든 종교를 뛰어넘은 무(無)종교의 마음, 모든 사상을 초극한 무사상의 마음만이 신부가 되어 신랑을 맞이할 것입니다.

참 예수를 믿는 자는 기독교에서 탈출하고 교파와 교리의 주형에서 출애굽 해야 합니다. 종교와 사상의 그물에서 자유한 풍류체만이 하늘나라에 수렴되는 알곡이 될 것이다.(하 497) 현대광야에서 하루빨리 낡은 종교, 낡은 도덕, 낡은 사상, 낡은 사고, 낡은 관념을 버려야 합니다.(중 289-290) 새로운 종교혁명이 새로운 종교개혁이 일어나 기독교와 맑스주의 교리를 타파하고 그 우상을 철장으로 부셔버릴 때 인류 앞에는 새로운 지평이 열려올 것입니다.(下, 539) 새 날 혈과 육의 차원을 뛰어넘어 성령으로 거듭난 영의 형제들이 탄생할 때 이 날까지의 낡은 종교와 도덕과 윤리와 국가 지상주의와 민족 지상주의는 사라질 것입니다. 혈육의 형제가 아닌 성령으로 탄생되는 언약의 형제들이 탄생될 때 새 시대의 막은 열리고 낡은 시대의 막은 닫힐 것입니다. 혈과 육의 자리에서 보면 앞으로 탄생될 언약의 자식들은 초인이며 새로 형성될 공동체는 초인류(超人類)인 것입니다.(上, 272)

종교학자: 이번 대담에서 한밝 선생님의 문명사적 제언은 문명사적 전환기에 새 문명이 나아가야할 큰 방향을 제시해 준 새로운 문명담론으로 전개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한밝 선생: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주

(미주 1)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는 변찬린, 『성경의 원리 上』(한국신학연구소, 2019) 제2절 도맥론(道脈論)을 참고할 것. (미주 2) 이호재, 『한밝 변찬린(한국종교사상가)』 (문사철, 2017), 43-45. (미주 3) 필자는 당나라의 종파불교가 신라에 재연되자 원효가 『법화경』의 회삼귀일 사상을 바탕으로 신라통일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것처럼, 변찬린은 서구의 종파기독교가 한국에 재연되자 성서의 ‘세 십자가 사건’을 바탕으로 평화통일과 새 문명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다음을 참고할 것: 이호재, 위의 책, 334-366. (미주 4)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의 근면, 성실과 금욕주의에서 자본주의가 부흥하였다고 주장한 반면, 동아시아 학자들은 한국 등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교육 등 유교적 덕목에서 발견하여  ‘유교 자본주의’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호재 원장(자하원)  injich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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