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페스 포럼 총 67건의 기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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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그리고 말하기의 어려움
통신보안은 잘 됩니까? 你看看有没有后门儿(뒷문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세요). 이번 경주 APEC 회의에서 단연 화제가 된 대화다. 두 정상이 은근슬쩍 주고받은 농(弄)에 슬며시 따라서 유쾌해진다. 대면대면했던 두 나라 관계에 살짝이나마 화색이 도는 듯하다. 우리 언론이 크게 주목한 것과는 다르게 중국에서는 둘의 농(弄)에 별 반향이 없다. 영접과 회담의 공식 행사 장면만을 보도하며 두 나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속내를 알 수 없으나 분명 싫지는 않은 분위기다.북경에서 한동안 살았지만 ‘중국 전문가’라고 자처할만한 구
칼럼오현석 (중국 화북전력대학)11-13 12:43 -
인정의 정치의 역설과 대화적 존재
정체성 정치의 부상과 적대의 문제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는 억압받는 집단의 해방을 위한 긍정적 운동으로 등장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적대감(敵對感)의 새로운 근원으로 변질되었다. 정체성 정치의 핵심은 개인이 아닌 집단의 동일성(identity)을 정치적 주체로 설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단 중심의 정치가 ‘우리’와 ‘그들’의 경계를 강화함으로써, 우리와 다른 존재와의 상호 인정 가능성을 파괴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현대 사회의 대표 사례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칼럼이병성(연세대 기독교문화연구소 전문연구원)10-29 12:25 -
기독교와 중국, 대립과 충돌에서 대화와 공생으로
(지난 호에 이어)3. 철학적 재구성: ‘타자이론’을 기반으로 한 대화의 경로포스트모던 ‘타자이론’의 핵심은 ‘자기 중심’의 인식 논리를 전복하고, ‘타자’를 대립하는 적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파트너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자크 라캉과 폴 리쾨르는 현상학 및 해석학의 이념과 결합한 '타자이론'으로 기독교와 중국의 대화에 심층적인 철학적 지원을 제공한다.(1) 라캉의 ‘타자’: 자기와 타자의 공생 본질라캉은 《정신분석의 네 가지 기본 개념》에서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없고, 따라서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나는 존재한다”
칼럼오자건(吴子建, 중국 Genava 학원)10-02 12:25 -
기독교와 중국, 대립과 충돌에서 대화와 공생으로
기독교와 중국의 만남은 단순한 종교 전파의 결과가 아니다. 두 이질 문명이 가치 체계, 신앙 논리, 권력의 장에서 전개되는 복합적인 상호작용이다. ‘마테오 리치(利玛窦)’ 시기의 “유교식 선교”부터 식민지 확장으로 인한 근대의 격렬한 충돌, 그리고 이들 대화의 경로에 대한 현대 학계의 심층적 철학 탐구에 이르기까지, 양자는 항상 “대립-충돌-대화”라는 긴장 관계 속에서 맴돌아 왔다. 포스트모던 ‘타자이론’은 이러한 이원적 대립을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사고를 제시해왔는데, 그것은 상대방을 정복하거나 배제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기자
칼럼오자건(吴子建, 중국 Genava학원)09-17 12:37 -
타자화의 계보학과 화해의 대안적 계보학, 그 새로움을 향하여
이 세상을 이끄는 평화의 힘은 어디서 나오며 과연 누가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을까?이 질문을 던지며, 이 시대를 사는 인류의 한 존재로서 함께 사는 또 다른 이들, 난민•이주민에 대한 고민을 아니할 수 없다.올 1월 처음으로 미얀마 난민이 국경을 넘어와 거주하는 태국 메솟지역을 방문하였다. 또다른 타자인 미얀마 이주 난민, 그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현재 이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난민,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연구, 그리고 더불어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시대적 조명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유엔난민기구(UNHCR)에
칼럼황상원(원불교 교무)09-03 12:47 -
이민, 종교적 다양성, 그리고 적
이민은 주로 서구사회에 해당되는 일이고, 단군 이래로 한국은 단일민족을 유지해 왔다고 생각되었던 적이 있었다. 약 20년 전 필자가 캐나다의 한인 공동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는 한인 이민교회를 석사논문의 주제로 선택했을 때 “이런 주제는 한국보다는 유럽이나 북미 같은 서구사회에서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한국종교 전문가에게 들었었다. 어느샌가 이태원이나 강남, 홍대 등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수도권 지역의 관광명소 외에도 섬, 산골 장터, 소도시 골목길, 지방 농장 등 전국 곳곳 예상치 못한 것에서 거침없이 한국말을 하는 외국인 노
칼럼조규훈(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08-28 12:11 -
적대감의 본질, 불교와 니체의 대답
만연된 한국사회의 적대감이 던지는 화두오늘날 한국 사회는 전례 없이 심각한 적대감으로 얼룩져 있다. 정치적 진영 논리를 넘어선 이념 갈등, 성별 간의 첨예한 대립, 그리고 지역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은 우리 사회의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이러한 적대감은 단순히 의견 차이를 넘어,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려는 깊은 심리적 기제로 작동하며,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공감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특히 최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둘러싼 움직임 이후 극우 세력의 준동은 이러한 사회적 적대감의 위험도를 더욱 높
칼럼이필원(동국대학교 WISE캠퍼스 교수)08-06 12:40 -
적의 계보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
인류 역사 속에서 ‘적(敵, enemy)’과 ‘동지(同志, friend)’는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해체되면서 정치적 목적을 수행해왔다. 실제로 적은 위협적 존재이며 폭력적 대상이다. 나와 내 민족(국가)을 지키기 위해 적에 대한 폭력과 전쟁을 통한 살상은 애국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오늘날 문명국가는 ‘나’와 ‘우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타자’를 구축하고, 그 타자를 적대적 존재로 구성하여 제거하거나 굴종시키고 있다. 식민주의와 신자유주의 글로벌 경제질서는 모두 이러한 ‘적의 계보학(genealogy of th
칼럼박광수 명예교수(K-전통문화학술원 이사장)07-25 04:26 -
적이란 누구인가?
‘적’은 실제로 존재하는 타자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념적 환상이라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편견’을 해체해 보겠다.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념적 환상 가운데 하나가 바로 편견이기 때문이다.편견으로 인해 차별이라는 폭력이 발생하고, 차별받는 쪽에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이 초래된다. 특히 언론이 만들어 낸 스티그마(stigma: 낙인)의 표적이 된 집단에 속한 사람이 차별을 겪는다. 예를 들어 정치적 적대세력에 대한 ‘빨갱이’, ‘공산주의자’라든가 신종교에 대한 ‘컬트’(cult), ‘사이비종교’라는 라벨이
칼럼니시오카 마사유키(종교윤리학자, 종교법학자)07-09 04:56 -
플라스틱
최근 들었던 말은 “평화는 경계를 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우리에게 있는 경계의 상대방, 즉, 적은 누구인가? 불교의 탐진치에서 진, 즉 분노의 감정은 탐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원하지만 얻을 수 없을 때 우리는 분노하게 된다. 관계하고 싶지만 관계할 수 없을 때도 그러하다. 라투르가 더블 클릭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관계를 시도하기도 전에 혹은 소심하게 시도했다가 관계할 수 없음을 알아차리고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지금 우리, 즉 인류에게 주어진 적, 즉 경계의 상대방으로 제시할 수 있는 중
칼럼김영준(변호사/생태평화 연구자)06-27 04:19 -
정말 복수이고 보복인가
1. 정치의 계절이 돌아온 것 같다. ‘정치 보복’이라는 어구가 한국 언론 매체에 자주 보이는 까닭이다. 그것이 정말 복수이고 보복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 분명해지겠지만, ‘적의 계보학’ 차원에서 이 말들을 헤아려보기로 하자.2. 복수나 보복을 뜻하는 단어 하나가 전 세계 언론에 퍼졌던 적이 있다.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무역센터가 비행기로 피격되어 무너졌던 이른바 ‘9.11사건’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언론에 떠돌던 핵심적인 단어가 바로 retaliation이었다.그런데 이 단어는 사실 ‘이러한’, ‘이와 같은’을
칼럼김구(고전연구자, 성경해석학)06-18 05:23 -
적대감의 끈질긴 근원: 수도권 보호와 그 희생양들
소수를 희생시켜 다수가 산다르네 지라르는 ‘희생양 이론’으로 문명의 폭력성을 고발한 탁월한 인류학자이다. 그는 ‘도시의 전체성(totality of the city)’ 개념으로 도시가 형성되고 유지되는 과정에 숨겨진 폭력성도 밝혀낸다. 도시는 욕망들의 집합체이다. 서로의 욕망을 모방하면서 자기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과정에 욕망들이 충돌하며 질서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럴 때 무질서의 원인을 만만한 약자에게 전가해 약자를 희생시킴으로써 전체의 질서를 회복한다. 이것이 희생양 이론이다. 인류가 도시라는 문명을 건설해 온 시스템이기도 하다.나
칼럼이찬수(아시아종교평화학회 부회장)06-04 06:28 -
“적의 계보학·생명의 계보학: 낳음과 지음에 대하여”
종교평화학회를 주관하는 이찬수 교수로부터 ‘적의 계보학’과 관련하여 글을 부탁받았다. 적과 친구는 생각하기 나름으로 결정되는 것이 절대 아님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종교평화학 공부 모임에 참여한 이후, 평화학과 폭력 및 적과 원수에 대한 논의들이 전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부탁을 망설이다가 주제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얻고 수락했다. 흙탕물에서 맑은 물을 얻으려면 흙탕물의 불순물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거나 밖에서 맑은 샘물을 흙탕물로 흘려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살았다. 그러나 흙탕물 안에서 계속 휘
칼럼심광섭 (미학자)05-14 05:42 -
내란의 시대에 맹자를 다시 읽다: ‘성선론’의 재발견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 행위로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됩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2025년 4월 4일 오전11시 22분, 헌법재판소 최종 선고)오랫동안 나의 가치관은 동아시아 철학의 핵심인 성선론(性善論, the theory that human nature is good)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성선론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도덕적으로
칼럼김제란 책임연구원(성균관대 한국철학문화연구소)05-04 00:49 -
상관없는 세계에서 상관있는 세계로
토끼와 거북의 경쟁, 삶의 전투화어린 시절 초등학교 입학에 무렵 배운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 이야기는 어린아이의 앞에 놓인 인생이 엄혹한 경쟁사회임을 각인시켜주는 교훈이었다. 물에서 더 빠른 거북이와 산에서 더 빠른 토끼의 생태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토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인 산(들?)에서 시작된 경쟁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 경쟁의 조건이 차별적이었음을 깨닫지 못했다.더욱이 이 우화는 평상시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지만 토끼가 실수로 잠을 자면서 거북이가 승리를 쟁취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백지의 어린아이들에게 이 우화는
칼럼유정길 공동대표(불교환경연대, 녹색불교연구소장)04-16 04:41 -
태극기와 성조기와 개신교
이 귀중한 지면에 개인적 소견을 올리는 일은, 나로서는 크나큰 영광이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여러분들의 좋은 글을 읽으며 내가 얻는 배움도 매우 크다. 비록 나는 개신교인이 될 수 없지만, 내가 깊이 신뢰하고 지지하는 목회자-신학자들이 가까이에 여러 명이 있다는 사실을 은근히 자랑으로 삼아 왔다. 나의 그 지인들이야말로 진정 훌륭한 종교인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 한편에서 이 나라를 최악의 시국으로 몰아가는데 앞장선 이들 또한 목회자라니, 그들의 언행이 커질수록 대다수의 선량한 개신교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안타깝다. 이웃
칼럼이혜숙(불교평론 편집위원장)04-02 03:22 -
폭력과 존재의 한계
폭력은 존재에게 불안과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폭력은 물리적 힘으로 상대방을 가해자의 자아에 예속시키는 행위라고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폭력 또한 다양한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개인과 집단을 둘러싼 폭력의 현실을 현상학적으로 관찰해 보면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성장하는 개인사에도 명료하게 드러난다. 특수한 사실이 아니라 보편적인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을 나 자신을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적(敵)의 발생은 이러한 폭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어릴 때 조부모
칼럼원영상(원광대학교)03-20 04:04 -
혐오(嫌惡)와 적의(敵意)의 열정이 파시즘을 향하고 있다
적의의 열정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다끊임없이 적을 찾는 마음, 적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가득 품은 마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을 나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거나 제거하겠다는 마음, 이런 것들이 적의(敵意)다. 지금 우리는 적의의 열정이 넘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혐오와 적대감을 통해서 얻는 힘과 열정이 개인들의 이성을 마비시킬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국가의 민주적 정치과정을 혼란시키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이민자들과 이슬람에 대한 혐오로 뭉친 극우 포퓰리즘 정치가 유럽의 민주주의를
칼럼양권석(성공회대 명예교수)03-05 03:26 -
권력은 어떻게 우리를 서로의 적으로 만드는가? 『적』을 통해 바라본 우리의 현실
『적』(1), 나의 인생 책 중에 한 권이다. 적이란 개념의 형성과 실체를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책 속에는 두 개의 참호가 있다. 주인공인 나는 참호 안에 숨어 있다. 그리고 반대편 참호에도 역시 한 병사가 있다. 그는 적이다. 전쟁은 점점 길어지고, 우리 둘만 남은 거 같다. 우리를 전쟁터로 보낸 사람들은 우리를 잊은 건 아닐까. 외롭고 배고픈 것만 빼면 상대와 나는 엄청나게 다르다. 그는 여자와 어린아이를 죽이는 동정심도 없는 야수이기 때문이다.지친 나는 이제 그
칼럼손서정(가톨릭대학 강사, 평화교육)02-19 03:48 -
적(敵)을 대하는 성현(聖賢)들의 자세: 원수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
1. 세상이 어지럽다. 전쟁과 혼란이 그치지 않는다. ‘소국과민(小國寡民)’의 평화로운 나라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구촌에서 평화를 누리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주변 상황이야 어떠하든지 자신만은 내면의 평화를 누린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와 집단 국가와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이내 평화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이러한 차제에 인류에게 평화의 빛을 던져준 성현들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보는 일도 오늘의 갈등과 적대적 긴장 관계를 풀어 가는 작은 해법의 하나라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자문해
칼럼이명권(비교종교학·중국철학 박사, 코리안아쉬람 대02-05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