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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빼앗는 자는” - 强梁(良)者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42
이병일 | 승인 2018.10.22 19:32
“도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을 낳는다. 만물은 음을 업고 양을 안아 沖氣로써 조화롭게 된다. 사람들(천하)이 싫어하는 바는 오직 고아와 과부와 머슴이니, 왕과 공들은 자기를 이렇게 부른다. 그러므로 만물은 혹 그것을 덜어도 더해지고, 혹 그것을 더해도 덜어진다. 그것은 사람들이 가르치는 바이니 나 역시 그것을 가르친다. 강하고 빼앗는 자는 제 죽음을 얻지 못하니(제 명대로 살지 못하니), 나는 장차 이것을 가르침(배움)의 아비라고 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 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中)氣以爲和, 人(天下)之所惡, 唯孤 寡 不穀, 而王公以爲稱. 故物 或損之而益, 或益之而損. 人之所敎, 我亦敎之, 强梁(良)者 不得其死, 吾將以爲敎(學)父

이 장에서 노자는 우주적인 형이상학이나 만물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도덕에 의해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음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인의와 예는 모두 현실에서 실패하여 오래 갈 수 없는 도덕이며, 무위의 정치야말로 현실의 혼란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노자는 음양의 도리에서 陰이 盛하여 極에 이르면 그 음에서 양을 배태한다고 볼 수 있고 반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을 人道에 적용하면 '모든 것을 덜어내려 할 때 더해지고, 더하려 할 때 덜어지게 되는 것'이라는 이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Getty Image

인의와 예법만이 질서를 얻을 수 있는 도라는 주장은 현실에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인의와 예로 정치를 하는 것은 힘이 센 자가 하는 것처럼 세상일을 인위적으로 해결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힘이 센 자가 제 수명대로 살지 못하듯, 인의와 예로 다스리는 정치는 제 수명대로 가지 못할 것이라고 노자는 경고합니다. 자연의 도와 덕이야말로 학문의 근본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은
앞으로 갈 수 없을 때는
옆으로 둘러가라는 말이다

이 길이 아니면
내가 맘껏 웃고 숨 쉴 수 있는
둘레 길을 숨통으로 삼는 일

한 해가 길다 해도
삼백육십오 일이면 지나니
해 다 지기 전에 서둘러 힘써야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은 또
암벽에서 오르고 내리는
선택의 문제와도 같다는 의미지.
- 전상순의 “주변길”

공자가 가르치고, 사람들 사이에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인의와 예법은 권력을 얻으려는 또 다른 길이 되었습니다. 니체는 세계역사의 과정 전체가, 바로 인간이 ‘권력에로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과정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스스로 다른 사람과 이 세상을 지배하는 주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렇게 보면 권력과 권위를 추구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다툼을 일으키는 권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위협합니다. 권력은 우리의 대인관계와 사회적 관계,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합니다.

강하고 힘 센 사람이 자기의 힘을 잘못 사용하면 제 명대로 살지 못합니다. 자연의 도는 자기의 것을 덜려고 하면 더해지고, 더하려고 하면 덜어진다고 합니다. 이는 모든 사람이 높아지려고만 하고, 이기려고만 하는 세상과 사람들을 향한 노자의 경고입니다. 섬김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 판에서도 이러한 경고가 꼭 필요한 현실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은 누가 더 크냐 하는 문제로 다투었고, 예수님의 물음에 그들은 아무런 말로 할 수 없었습니다. 제도적인 교회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권력을 만들고 차지하고 빼앗기 위한 역사였습니다. 교회 내에 직분이 분화되고 서열이 생기고, 결국에는 피라미드식의 권력구조가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이 하느님의 자리를 대신하였고, 권력을 차지한 그의 말 한 마디는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음모와 암투가 성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직분을 신분으로 오해하고 그 직분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권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입니다. 그러나 기독교 초기에 심한 박해를 받을 때에 감독의 역할은 교회와 신앙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한 지역의 감독이 된다는 것은 언제든지 교회를 대신해서 끌려가서 순교를 당할지라도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누가 크냐고 다투던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만일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고 한다면, 그는 모든 사람 중에 꼴찌가 되고 모든 사람의 종(하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종(διάκονος)은 “하인, 봉사자, 사역자, 동역자, 제자, 집사”이란 뜻으로 섬기는 사람을 말합니다. 마가복음에서 따름과 섬김은 가장 중요한 제자의 도입니다. 어떤 직분이든지 중요한 목적은 섬김에 있습니다. 따름과 섬김은 가장 중요한 제자의 도입니다. 어떤 직분이든지 중요한 목적은 섬김에 있습니다. 집사든 권사든 장로든 목사든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은 이러한 섬김을 위해서 부름받은 것입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권력중독과 섬김의 도”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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