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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함을 알고, 그칠 줄 알면” - 知足不欲 知止不殆도덕경과 마가복음을 묵상하면서 44
이병일 | 승인 2018.11.05 19:48
“이름과 몸 중에서 어느 것이 친한가? 몸과 재물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좋은가? 얻음과 잃음 중에서 어느 것이 괴로운가? 이럼으로써 너무 소중히 여기면 반드시 크게 해치게 되고, 많이 감추어두면 반드시 많이 잃게 된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이렇게 하면 길고 오래 살 수 있다.”
- 노자, 『도덕경』, 44장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 得與亡孰病, 是故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 知足不欲(辱), 知止不殆, 可以長久

노자는 인위적인 수단을 쓰는 정치, 예법을 가지고 다스리는 정치의 본질을 묻고 있습니다. 명예와 재물에 대한 욕심은 정치적 수단의 동기이고,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것은 그 끝이 위태롭습니다. 노자는 만족을 아는 지족의 정치가 비록 교묘한 수단이 없지만 올바른 정치이고, 욕심이 없는 정치는 모자라 보이지만 오래 갈 수 있는 다스림이라고 강조합니다.

ⓒGetty Image

이러한 말을 개인적인 삶에 적용해도 좋습니다. 노자는 ‘만족할 줄 알면 생명을 오래 보존할 수 있다.’는 가르침을 도덕경에서 반복해서 말합니다.(29, 32, 33, 46장) 명예와 재화를 쌓으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잃는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습니다.

토끼는 주위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바쁘게 도로 위를 지나가는 사람을 보았다.
“왜 그렇게 급하게 가니?”라고 그에게 물었다.
“내 일을 쫓아가고 있어.” 그가 대답하였다.
토끼가 계속 물었다.
“그런데 네가 일을 쫓아가야 할 정도로 일이 너를 앞서서 달리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지?
일이 네 등 뒤에 있는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그냥 멈추기만 하면 만나게 될 텐데,
지금 너는 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건지도 모르잖아.”
- 18세기 하시딤의 우화 중에서

우리의 현실에서 명예와 재물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정치를 한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특히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이명박은 더 많은 재물을 축적하기 위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재임기간에 그것들을 얻기 위해서 권력을 사용했고 온갖 정치적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의 말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기들만 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동조자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어려움을 당하였고 힘들어 했습니다. 한 사람의 족함을 모르는 욕심과 그칠 줄 모르는 욕망으로 공동체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고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당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해코지를 합니다. 나이가 어리거나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나보다 못한 사람을 막대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할 때에는 얕보거나 경멸적인 언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의 중심은 가장 약한 곳이고 아픈 곳이 듯이 공동체의 중심은 스스로 잘 낫다고 하는 사람보다는 연약하고 작은 사람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한 사람의 잘못은 결코 그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 사람의 행동은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칩니다.

“남을 걸려 넘어지게 하든지 자기를 걸려 넘어지게 하든지 그것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관계로 얽혀진 공동체의 평화를 위협합니다. 자기 자신이든 다른 사람이든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은 공동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일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우리의 선택을 요구하는 유혹들이 언제나 현실에 존재합니다. 그 유혹은 외부에서 밀어닥치는 것도 있지만, 공동체 안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기도 합니다. 제자들의 공동체는 자리다툼, 특권의 추구, 연약한 사람들에 대한 멸시로 인해서 실제적인 위협받습니다.
예수님의 엄중한 경고는 선택을 요구합니다. 남을 걸려 넘어지게 하지 않거나 연자맷돌을 목에 걸고 바다에 빠지거나, 손과 발로 걸려 넘어지게 했다면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 게헨나에 들어가거나 그것을 잘라버리고 생명에 들어가거나, 눈으로 걸려 넘어지게 했다면 게헨나에 들어가거나 그것을 빼버리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거나. 선택을 요구합니다. 예수님은 손발과 눈을 잘라버리고서라도 생명 혹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기를 희생하는 단호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게헨나와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언제나 존재합니다. 벌레와 불이 언제나 존재하는 게헨나처럼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하는 유혹과 위협이 언제나 그렇게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욕심과 욕망으로 실재합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의 선택으로 현실을 게헨나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하느님 나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물음입니다. 소금과 불은 그것을 견디어 극복한 사람들에게는 연단을 상징합니다. 소금과 불은 소멸시키는 힘뿐만 아니라 정화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스스로(너희 가운데) 소금을 지녀라. 그리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50절) 우리 속에 시련과 연단의 불과 소금이 있을 지라도 그것을 지니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습니다. 선택은 나, 우리의 몫입니다. 우리의 선택으로 우리의 현실을 게헨나나 하느님 나라로 만들 수 있습니다.”
- 이병일, 『미친 예수』(서울: 도서출판 밥북, 2017), “소금을 지니고, 평화롭게!” 중에서

이병일  dotorikey@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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